연합뉴스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을 시행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제재-보복-상응조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통적인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했지만 한·중의 경제 의존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시행에 들어간 두 법의 칼 끝이 한국을 향할 수도 있는 만큼 한중 간 정책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미·중 갈등 해소를 위한 다자협의체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최근 중국의 경제안보 대응조치와 시사점)를 통해 중국 정부가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행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데이터와 사이버 안보를 강조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준법경영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중국 정부와의 정책소통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중국의 대외관계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중국의 대외관계법상의 핵심 목표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다자협의체를 통한 미중 갈등 해소 노력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비(非) 배타성을 견진할 것을 주문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에 참여하는 것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된다. KIEF는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포용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미·중 갈등 속에서도 비배타성을 견지하는 대외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달부터 한층 강화된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개정 반간첩법에서는 간첩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지난 6월 제정된 대외관계법에서는 외국의 간섭, 제재, 탄압에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외세가 중국에 불리할 조치를 취할 경우 두 법을 빌미로 중국 주재 상대국 국민과 기업활동을 제약하고, 보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의 맞불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한편 KIEF는 중국 정부가 1일부터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등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시 상무부의 심사를 받도록 한데 대해 "단기간 내에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제적인 금속 확보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대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