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미디어 제공 자숙을 강요하는 일본
'코로나 사태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일본의 민낯' '비판이 두려워 생각을 포기한 일본인, 일본사회'를 비판한 생물학자 이케다 기요히코 와세다대 교수는 "위기에 직면하면 인간은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팬데믹 역시 일본인의 본성에서 유발되는 행동의 패턴을 관찰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혹평했다.
책은 일본 특유의 폐쇄적 감성과 자기 가축화된 사고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기를 포기한 일본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쏟아낸다.
저자는 '제로 리스크'를 추구하며 절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대다수의 행동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그 이유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민주주의를 강제로 이식받았을 뿐, 한국이나 대만과는 달리 자력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국민은 그저 체제에 따르느라 문제가 생겨도 정권을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정부가 교육 제도를 통제하며 평준화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고도 성장기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다양성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시대적이고 획일적인 시스템에 길들여지면서 그 안에서 이득이나 취하며 책임지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다수의 의견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이어 인공지능(AI) 발달로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지금,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립'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고 정보를 모아 취사 선택해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체제에 순응하더라도 사회적인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라며, 대적해도 어려울 듯한 일에는 침묵하고, 대신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 등 도덕적으로 비난하면 바로 대중의 동조를 얻을 수 있는 일에만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언뜻 정의롭고 옮은 일처럼 보이고 상대는 반론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마음껏 비난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좋아요'를 받으며 인정 욕구를 채우려는 클레이머는 클레임을 걸거나 주변의 동조에 우월감에만 만족할 뿐 생산성이 전혀 없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의사도 없다. 따라서 AI와 살아가야 하는 미래 시대에 직접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진다며 일본 사회의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머러스하지만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케다 기요히코 교수가 책을 통해 일본인의 습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ㅣ김준 옮김ㅣ소미미디어ㅣ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