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은 다가오는 의원총회와 워크숍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대의원제 혁신안을 두고 열띤 격론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기세다. 그러나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대의원제 개편 문제가 현 상황에서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의와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의원 혁신안, 당장 논의할 사항 아니라는 데 의견 모일 듯"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6일 의총에서 현안 관련 논의를 최대한 마무리 짓고 오는 28~29일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60배 이상 차이가 났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비율을 1대1로 맞춘 '대의원제 혁신안'은 의총에서 정식 의제에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류가 관측된다.
관련해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대비해야 할 지금 대의원제 혁신안을 당장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데 의원들 의견이 모이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때마침 박광온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8시간 동안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혁신안이 당내 갈등만 증폭시킨다며 총선 전 논의를 진행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친문재인계 모임인 '민주주의 4.0' 역시 같은 점을 지적하며 혁신안 자체를 거부하는 성명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구성된 단체와 김용민 의원 등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 발표'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결론이 미뤄질 경우 강성 권리당원 등으로부터 '혁신안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인 측면도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지난 10일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사흘 만에 답변 충족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그동안 평당원은 표의 등가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대의원에 비해 차별을 받아왔다"며 혁신안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혁신안에 대한 의견 대립이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은 '정당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혁신안을 수용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반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회의에서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과 관련해 시급성을 다투는 일도 아닌데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혁신안을 비판했다.
"지도부발 갈등 유발 or 일단 '지금은 얘기하지 말자'"
이 때문에 혁신안 수용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의총 등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겠단 방침이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개별적으로 대의원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실제 지도부가 실행에 옮기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한다면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결국 지도부발로 갈등을 유발할 건지, 아니면 '지금은 얘기하지 말자'는 식으로 갈건지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창원 기자이 대표는 지난 14일 혁신안을 놓고 당내 논쟁이 벌어진 데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여론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9일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내용은 현행 전당대회 투표에 별도로 뒀던 대의원 몫 30%를 배제하고 이들을 권리당원으로 흡수시켜 '권리당원 70%, 일반 국민 30%' 비율로 수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찬성하는 측은 당원들의 직접적인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고 환영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권리당원이 적은 지역의 대표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