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30분쯤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공원. 양형욱 기자대낮에 관악산 둘레길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흉악 범죄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8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공원. 어둠이 짙게 깔리고 둘레길 주변으로 가로등이 많지 않아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이날 낮, 이 공원에서는 공원 내 둘레길로부터 조금 떨어진 산 속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낮에 발생한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조명이 너무 어둡다", "무서워서 다닐 수가 있나" 등 사건을 놓고 불안해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원에서 운동하던 김광식(63)씨는 "또 지역(신림동)에서 사건이 일어나니까 깜짝 놀랐다. 노심초사만 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까 너무 황당하고 두렵다"며 "일선 경찰서에서 치안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17일 오후 8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에서 운동 중인 시민들. 양형욱 기자신림역 흉기난동에 이어 대낮에 성폭행 사건까지 발생하자 동네가 우범 지역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림동에 사는 김병태(63)씨는 "언론에서 매일같이 방송을 하니까 지역이나 주민이나 전국민이 사건에 사로잡힌다"며 "강력사건은 경찰이 수사해서 범인을 잡으면 되는데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성들은 잇따라 강력 범죄가 터지면서 더욱 불안에 떨고 있었다.
동네 주민 임보연(23)씨는 "(범죄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까 더 불안하기는 하다"며 "주변에서 실제로 호신용품들을 많이 사고 '신림동에 사는데 위험하지 않냐'는 얘기를 들으니까 더 불안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강간상해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44분쯤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등산객이 범행을 신고했고, A씨는 오후 12시 10분쯤 현장에서 검거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범행 현장에서는 금속 재질 둔기인 너클이 땅에 떨어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범행 사용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으며,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일면식이 있던 사이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A씨는 오전 9시 55분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자택에서 출발해 범행 현장까지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으로, 18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