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오피스텔과 주택 등을 위탁 관리하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돌연 잠적하면서 월세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업체가 관리하는 건물이 전국 곳곳에 있어 피해가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어 달 새 연락 두절…경찰, 사기 혐의 등으로 대표 입건
17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서산경찰서와 부산 동래경찰서 등은 인천에 본사를 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업체인 A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 업체는 충남 서산, 인천 중·서구, 부산 동래구, 울산 남구, 경남 김해 등 전국 각지의 오피스텔을 위탁관리하던 중 지난 6월경부터 잠적해 임대인에게는 월세를,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대관리업체는 하자 보수 등 임대인의 주택 임대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경찰 수사를 받는 A사는 2018년 창업한 인천 연수구의 업체로, 전국 각지에서 임대관리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경기, 충청, 광주, 부산, 울산, 경남 등 전국에 1만세대가 넘는 주택을 임대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임차인과 각각 '이중계약'…보증금 격차 최대 수천만원
A사는 전국 각지의 오피스텔을 임대·관리하면서 이중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A사는 임대인과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조건으로 관리하겠다고 계약한 뒤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계약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A사는 이같은 방식으로 임대인과 계약한 보증금보다 최대 수천만원 많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받았다.
A사는 최근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할 임차인 월세를 두어달 전부터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면서 이를 이상하게 느낀 임대인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태가 불거졌다. 이사를 앞둔 임차인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다.
A사는 관리하는 세대마다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차인 보증금도 직접 관리하고 있어 앞으로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부산 동래경찰서에 80여건, 충남 서산경찰서에 50여건, 인천 중부경찰서에 10여건 등 A사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경찰에 접수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월세·보증금 돌려달라" 민원 글 다수
지난달부터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월세 또는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문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A사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이날까지 A사의 홈페이지에도 월세 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글이 20여건 넘게 올라와 있다.
인천 중구의 한 오피스텔 임대인이라고 밝힌 민원인은 "지난달부터 월세가 들어오지 않아 업체에 연락했더니 '전산상 문제가 생겼다', '담당자가 병가를 냈다' 등의 이유로 대답을 피했다"며 "사정을 파악해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보증금이 3000만~4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이같은 차이를 알지 못했는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전국의 피해자들은 단체 SNS 채팅방을 만들어 고소·고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까지 이 채팅방에 참가한 피해자는 420여명에 달한다.
경찰, 업체 대표 출국 금지·계좌 동결…국수본 수사 검토
사태가 커지자 경찰은 A사의 대표 B씨에 대해 출국 금지와 계좌 동결 등을 조치했다. 또 B씨를 두 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사실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했다"면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광범위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 경찰서와 공조해 관련 사건을 넘겨 받아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병합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