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연합뉴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앓고 있는 국내 환자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ASD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미세 플라스틱'이 지목되고 있다.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신경발달장애다. 국내에서는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과거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레트 증후군, 소아기 붕괴성 장애, 비특이적 전반적 발달장애 등으로 분류됐으나, 본질적으로 핵심 증상이 같고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인식되면서 2013년 통합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0명의 아동 중 한 명에게서 ASD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7~12세 아동의 2.6%가 A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에서는 2020년 기준 8세 아동 인구의 2.8%가 ASD를 진단받았다.
통계마다 '자폐성 장애', '자폐증' 등으로 장애 범위가 다르게 설정돼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 ASD 환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법적으로 등록된 국내 '자폐성 장애' 환자는 2022년 기준 3만 7603명으로 2018년 2만 6703명과 비교해 70% 증가했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자폐증' 환자는 2017년 9401명에서 2021년 1만 4548명으로 약 65%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인향 교수는 통계에 반영된 인원은 '등록 장애인'이라며 "통상 장애 등록률이 실제 환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ASD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외 역시 ASD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ASD 발병률이 2018년 기준 20년간 약 7.8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4세 소년의 ASD 진단 건수는 2018년 대비 24.3%, 소녀의 경우 34.5% 증가했다.
전세계적인 ASD 환자의 증가세에는 ASD를 진단하는 기준의 변경과 인식 변화 등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자폐성을 보이는 모든 질환이 ASD로 진단될 수 있게 기준이 조정됐고, ASD에 대한 정보가 교육이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미디어 등을 통해 일반인 대상으로 많이 홍보되면서 전반적으로 진단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영유아 검진으로 조기 검진 비율이 높아진 것 역시 증가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런 요인 외에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도 발병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연구팀은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이 4세 아동이 보이는 ASD 특성과 연관성을 보였으며, 4세‧8세 시기의 노출은 8세 아동의 ASD 특성과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며 미세 플라스틱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화학첨가물이다.
2022년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병뚜껑, 용기, 파이프 등에 쓰이는 미세 플라스틱 '폴리에틸렌' 섭취가 ASD를 유발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김인향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미세 플라스틱 같은 환경오염 물질이 ASD 진단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ASD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개체에서 환경적 요인에 의한 상호작용이 발생해 뇌발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ASD가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 역시 "태아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모든 요인이 ASD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경오염 역시 ASD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는 유전적 요인이 ASD 발병에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ASD의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기전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