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첩 제공 미국의 베테랑 희곡 작가 이언 맥웨시와 아내인 배우 겸 작가 캐리 매크로슨이 쓴 소설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의 실상을 열일곱 소녀의 시각으로 파헤치는 작품이다.
주인공 마고는 또래 고등학생들의 평범한 고민보다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점, 정치적 캠페인에 관심을 두는 괴짜 아웃사이더다. 그런 그를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마고가 탁월한 해킹 수준과 탐정 능력을 갖춘 '디지털 장의사'이기 때문이다. 이웃 사촌 새미 산토스와 한 팀을 이뤄 인터넷에서 감추고 싶은 온갖 스캔들을 은밀하게 삭제한다. 인기를 끌자 회사까지 차린다. 어느날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 피해자인 섀넌을 만나면서 수 많은 여학생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이웃 학교에서 벌어진 '섹스팅 스캔들' 전모가 밝혀졌지만 가해자 몇몇이 정학을 당했을 뿐, 오히려 피해자인 여학생들이 경찰의 '사생활 보호와 신체 지각'이라는 강의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그렇게 이 작품은 '정의는 평등한 법이 아니라 재력과 권력,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의 문제를 꼬집는다.
과연 마고는 극악무도한 악마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 지, 책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회적 문제와 피해에 광범위하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사회에 여전히 위해를 가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루며, 범죄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사법 제도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불행해지는 사회 부조리를 짚어낸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ㅣ이신 옮김ㅣ문학수첩ㅣ4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