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정 기자환자가 패혈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치료 과정에서 마약성 마취제를 투여해 뇌손상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병원 의사 A(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8월 오한과 열감으로 병원을 찾은 B(62)씨에게 담도배액과 담도제거술을 실시했다.
A씨는 이 때 마약성 마취제를 B씨에게 투입했는데, 얼마 뒤 B씨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됐고 B씨는 사지 마비와 지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됐다.
하지만 정 판사는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당시 피해자에게 패혈증 증상이 있기는 했지만 그 원인이 되는 담관폐쇄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시술 전 피해자의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시술 중 B씨의 산소포화도가 감소하자 A씨는 부작용 억제제를 투여하고 반응을 본 뒤 기관 삽관 등을 시도했는데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A씨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정 판사는 의료 감정 결과에 따라 시술에 사용한 약의 용량은 적절했으며 과다 투약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또 "환자가 패혈증의 점진적 악화 소견을 나타냈던 점 등으로 보아 패혈성 쇼크로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뇌손상이 패혈증과 저산소증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뇌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A씨의 시술과 B씨가 입은 뇌손상간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