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24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이 방류 전 수산물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김혜민 기자전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해양·수산업 종사자가 많은 부산지역은 '방사능 직격탄'이 예상돼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닥치자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는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시민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생선을 미리 대거 구매했다. 시장에는 며칠 전부터 수산물 사재기에 나선 시민 발걸음이 이어졌다. 상인들은 밀려들어오는 손님에 바쁘게 생선을 손질하면서도 당장 내일부터의 매출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서구에 사는 김명숙(60대·여)씨는 "아무래도 방류한다고 하니 걱정이 돼서 미리 수산물을 사두려고 왔다. 딸이 서울에 있다 보니 내려오면 미리 사놓은 걸 주려고 한다"면서 "어제 자갈치시장에 왔더니 생선이 다 팔리고 없어서 다시 방문했다. 소금은 미리 사뒀고, 나중에 미역 사러 마트에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숙희(70대·여)씨도 "오늘 오후부터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서 생선 한 마리라도 더 사두려고 왔다"면서 "아무리 깨끗하게 조치한다고 해도 오염수를 방류하면 좋을 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시간 지날수록 더 나빠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불안을 호소했다.
사상구에 사는 김복선(64·여)씨 역시 "어디에선 인체에 크게 해롭다고 하는데 다른데서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괜찮다고 하니까 어느 말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고 혼란스럽다"며 "그래도 우려가 크다. 요즘도 일부러 생선을 많이 안 먹는데 앞으로는 더 잘 안 먹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갈치시장 상인회장 김광자(75·여)씨도 "오염수 방류에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당장 내일부터 할 장사는 어떻게 할지 우려스럽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오염수 배출구 그림을 스티커로 틀어막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혜민 기자
부산의 어촌마을 역시 당장 생업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됐다며 장기적으로도 국민들의 수산물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장군 공수마을 안정구 어촌계장은 "어민들끼리도 걱정이 많다. 아무래도 오염수 방류를 안 하면 좋겠지만 일부 어민들은 하소연한다고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자포자기 상태"라면서 "물미역은 오는 12월에 채취하는데 그때 되면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심란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신호동 오태봉 어촌계장도 "처음 방류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지역 회센터에는 곧바로 손님이 줄고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며 "방류 하는 순간 우리 어민들한테는 직격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들 당분간 장사가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부산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단체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일본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한 이날 부산 시민단체는 일본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동시에 일본 영사관 주변에서도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해운대해수욕장에 모여 오염수 방류를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백사장에서 원전오염수를 뜻하는 대형 노란색 비닐을 활용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주말인 26일 부산역 광장에서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저지하기 위한 '8.26부산시민대회'가 개최된다.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과 부산 시민들은 집회 후 일본 영사관까지 행진을 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