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왼쪽),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여권의 국회 밖 중진급 잠룡들이 최근 각종 행보를 이어가면서 원내 재입성을 목표로 한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26일 제기된다.
동시에 지난 4년여 동안 입각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조직위원장 활동 등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와신상담해 온 이들이 총선 정국 전 당내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세 다지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과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랜만에 여의도 정치에 운을 띄우는 행사를 치렀다. 나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도하는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출범 행사를 열었고, 원 장관은 보수 포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에 참석한 것이다.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행사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행사가 '총선을 앞둔 몸풀기'란 평가에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축사에 나선 김 대표는 오히려 그의 역할론을 거론하며 "배지 같은 게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나경원 전 의원. 황진환 기자앞서 나 전 원내대표는 올 초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보였고, 당내에선 그를 겨냥한 '연판장'까지 나오는 등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행사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자신이 현재 조직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서울 동작을 지역구가 자연스럽게 거론되며 중앙정치에도 강하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미준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원 장관 역시 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이름을 나란히 하며 당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업 백지화' 카드를 꺼내 들며 연일 화두에 올랐던 그가 본격적으로 여의도행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아직 지역구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거 내리 3선을 지낸 서울 양천갑부터 수도권 차출론의 일환으로 언급되는 경기 고양갑과 현재 주소를 두고 있는 서울 동작갑까지, 복수의 예상 출마지역이 거론된다.
당 지도부 시절 단식 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 복귀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고 당협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 위원장 선발에 나선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활동이 막판에 이른 가운데, 그는 당내 험지로 꼽히는 강서을에서 3선을 지낸 저력에 따라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황진환 기자이처럼 여의도를 바라보는 잠룡들이 기지개를 켜는 과정에서 과열 논란이 빚어지기도 하고 있다. 원 장관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대표적이다.
원 장관은 새미준 세미나에서 교통‧인프라 발전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여당에 대한 지지,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의 밑바탕 작업에 저도 정무적 역할을 모든 힘을 다 바쳐서, 제 시간을 쪼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그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총선에 직접 주연으로 나서진 않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형의 잠룡들도 있다.
지방정부에 몸을 담고 있는 당내 유력 인사들의 경우 당장 이번 선거가 목표가 아니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중앙정치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류영주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측근인 오신환 전 정무부시장, 송주범 전 정무부시장이 각각 서울 광진을‧서대문을 조직위원장직 공모에 나서면서 선정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해 당시 발언 논란으로 당내 징계를 받고 로우키 행보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무공천 흐름을 두고 "비겁한 처사"라고 여의도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과거 자신이 당 대표였던 시절을 소환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총선 파괴력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인지도 있는 다선이더라도,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선거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당장 총선을 노리지 않는 현직 지자체장들이 '정부 심판론'에 대응해 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역량과 영향력을 가늠해 볼 기회를 맞이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