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도쿄 신주쿠 요요키 측정소. 민소운 기자일본 도쿄 나카노구에 있는 신주쿠 요요키 시민 측정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지난 24일 찾아간 이곳 방사능 측정소에는 2대의 고순도 게르마늄 방사능 측정기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방사능 수치 측정 대상은 '어린아이의 소변'. 아이의 체내에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수치를 측정해달라는 한 일본 시민이 의뢰한 검사였다.
이곳 측정실에 근무하는 후세야 유미코(71)씨는 "2012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직후 어머니 아버지들, 일반 시민들이 모여서 생긴 곳"이라며 "아이들의 피폭을 막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이러한 방사능 측정실만 40~50곳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측정소 한 편에는 아이들이 먹는 분유와 우유, 쌀, 그리고 일본 곳곳에서 온 소분된 흙이 담긴 봉지들이 있었다.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 요요키 측정소. 민소운 기자후세야씨는 "특히 아이들이 즐겨 먹는 분유나 우유, 요구르트는 반드시 측정해 결과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며 "(데이터를 보고) 자신의 아이가 먹을 분유로 어떤 것을 택할지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방사능의 실제 수치를 잰다"고 말했다.
신주쿠 요요키 시민 측정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변 내 방사성 세슘 측정 결과'. 신주쿠 요요키 시민 측정소측정소가 측정한 소변 속 방사능 결과는 1년간 통계를 낸 후 공개한다. 측정소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측정한 결과가 나와 있다.
방사능 측정기 옆으로 자리를 옮긴 후세야씨는 "지금 한 아이의 소변 속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다"며 "주로 후쿠시마의 방사능 측정소 '다라치네'에서 운영하는 건강센터에서 후쿠시마 지역 아이들의 소변을 이쪽으로 의뢰한다"고 했다. 측정 시간은 대략 20시간 남짓 걸린다.
그는 한 아이의 소변 내 방사능 수치가 높아 놀랐던 경험도 나눴다. 그는 "특히 야생 버섯을 좋아했던 아이에게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먹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후세야씨를 만난 날은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를 한 지 세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시각이었다.
오염수 방류 심정을 묻자, 후세야씨는 잠시 눈을 감고 감정을 추스르는 듯 하더니 이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분명 정부가 약속했는데 변명만 하고 방류를 해치워 버렸다는 것에 대한 불신감과 정말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삼중수소 농도가) 적다든가, 희석했다든가, 조사하고 있다든가 해도,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 시대"라며 "오염수를 아무렇지 않게 방류하는 정부와 도쿄전력을 용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후 역사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앞으로 50년, 60년 지났을 때 사고 직후는 어땠는가에 대해 알고 싶지 않겠느냐"며 "기록이 없으면 원전 사고에 대해 알 수 없으니 역사적인 기록을 한다고 생각한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똑같은 큰 비참한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록한다"고 말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고 벌써 12년이 훌쩍 지났다. 피폭을 막기 위해 이같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사고 직후보다 토양의 방사성 물질 수치가 줄어들고는 있기는 하지만, 특히 소변을 측정해 보면 여전히 수치가 줄지 않는다는 게 실감난다"면서 "더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바다를 더럽혀선 안 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