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 중계 화면과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연합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지난해 '인플레 쇼크'를 불러일으켰던 때보다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일단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파월 "물가 안정 위해 아직 연준이 할 일 많다"
하지만 미 연준이 오는 11월이나 12월에 한 차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25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등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위험이 여전히 많고 그럴 경우 더 긴축적인 통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아직 (연준이) 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글로벌 시장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르면 내년 초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 기대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뜻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파월 발언은 지난해와는 수위가 다소 낮았다.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역사는 (통화)정책을 조기 완화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등의 매파적(통화 긴축 지지) 발언을 쏟아내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했다.
당시 '파월 쇼크' 여파로 S&P 500 지수는 하루 새 3.37% 급락했고, 이후 10월까지 약 19%나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파월 의장의 의지는 실현됐고, 연준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 이후 총 7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금리 상단이 2.50%에서 현재의 연 5.50%까지 올라갔다.
1300원 초반대였던 원달러 환율도 잭슨홀 연설 다음달인 9월 1400원대까지 급등하며 우리 외환시장에 부담을 줬다.
파월 의장이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최고조를 달했던 때와 달리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점,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부 은행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같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0%에 달했다.
반면 11월 FOMC에서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46.7%로 동결할 확률(44.5%)를 앞섰다. 12월에도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0.25%포인트 인상된 5.50~5.75%일 확률이 45.2%로 현 수준 확률(44.5%)보다 높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가계부채 생각하면 올려야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
이에 따라 한은 역시 9월 FOMC를 관망하며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번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금통위 직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가계부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데다, 중국 부동산 위기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금리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 중국발 경기둔화 등의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소개하며 올해 안에 금리 인하는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특례보금자리 대출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보다 강해질 가계부채 제어 의지는 지속적 긴축 정책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대목"이라며 "8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 조치를 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