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청사 앞으로 옮겨지고 있는 옛 국방부 청사 내 장군 흉상. 연합뉴스육군사관학교가 교내의 독립군 흉상 철거를 추진함에 따라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의 존치 여부도 숙제로 떠올랐다.
국방부는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육사는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 양성기관으로서 군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교내 다수의 기념물 정비 방안을 검토하여 추진하고 있다"며 사실상 흉상 철거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의 위치 적절성'과 일부 인사의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방부는 특히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홍범도 흉상 때문에 김좌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등 나머지 4명의 흉상도 함께 철거 대상이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광복회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라고 강력 규탄하는 등 관련 단체는 물론 일반 여론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따가운 시선과는 별개로, 홍범도 흉상 철거는 육사 하나로만 끝나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홍범도 장군의 흔적이 이미 우리 군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세기도 훨씬 전인 1962년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한 점으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게 해군 주력 잠수함인 '홍범도' 함(214급)이다. 주로 독립투사 이름을 따서 잠수함에 명명하는 우리 해군 전통에 따라 손원일급 7번 함으로 2018년 취역했다.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멀쩡한 잠수함의 함명을 바꿔야 하는 극히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다. 해군이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흉상도 '뜨거운 감자'다. 육사 내 흉상이 문제라면 군 최고 수뇌부인 국방부·합참 공동청사 앞 흉상은 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 청사 입구에는 홍범도 장군 외에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강우규, 박승환 등 독립투사 및 순국지사 6명의 흉상이 설치돼있다.
이들 흉상은 지난해 4월 대통령실이 옛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면서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풍찬노숙 고단했던 생전 모습처럼 흉상마저 기구한 운명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국방부로선 홍범도 흉상만 콕 집어 철거하는 것은 현재 여론 흐름상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안중근, 윤봉길 의사 등의 흉상까지 한데 묶어 일괄 철거하는 것은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게 분명한 진퇴양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