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박종민 기자서울 아파트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상승 전환한 뒤 상승폭을 키워오다가 상승률이 다소 꺾인 것인데 서울 일부 지역이 이미 고점을 회복한 상황에서 매수자들이 공격적으로 추격매수에 나서기보다 숨고르기를 하며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3583건으로 전월(3849건)보다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급락하게 시작한 뒤 지난해 10월 최저치(559건)을 찍은 뒤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4월 3천건을 돌파한 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지만 월 거래량 4천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값 상승세도 다소 주춤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3%로 전주(0.13%)보다 소폭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이후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고, 지난 7월 이후에는 상승폭을 유지하거나 키워왔는데 이번주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다.
상승폭 둔화는 강남권역에서 두드러졌다. 성동·광진·동대문·중랑·강북·도봉·노원 등이 포함된 동북권은 전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0.10% 오르며 상승폭을 유지했고 은평·서대문·마포 등이 포함된 서북권도 상승폭(0.11%)을 유지했다. 반면 서초·강남·송파·강동이 포함된 동남권은 이번주 0.20% 오르며 전주(0.23%)보다 상승폭이 축소됐고, 양천·강서·영등포·동작 등이 포함된 서남권도 0.09% 오르며 전주(0.10%)보다 상승률이 둔화됐다.
황진환 기자거래량도 강남권과 강북권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의 7월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689건으로 6월(720건)보다 다소 줄었다. 같은 기간 △구로(134건→148건) △노원(273건→283건) △서대문(128건→153건) △은평(120건→142건) 등은 거래건수가 늘었다.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부터 부동산 비수기로 접어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강남권과 비강남권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지역뿐만 아니라 연식에 따른 분위기 변화도 나타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등 신축으로 분류되는 5년 이내 아파트 비율은 14%, 재건축 가능 아파트로 분류되는 30년 초과 아파트 비율은 18%로 집계됐다. 올해 1월 전체 거래 아파트 중 5년 이내 아파트 비율이 20%, 30년 초과 아파트 비율이 21%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발 호재가 있다고 판단되는 30년 초과 아파트와 시장에서 선도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강남권 등 이른바 상급지와 재건축, 신축 등에서 일찌감치 상승 움직임이 시작된 뒤 서울 일부 지역 선호 단지의 경우 전고점을 회복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르자 이런 매물에 대한 추격매수에 나서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과 연식의 아파트로 매수세가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신축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매매를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분양가 인상과 재건축 및 개발 호재 등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매도 호가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