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아의료 확충을 위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두고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고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이 예산으로 전공의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문제 등이 해결되기엔 역부족"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화된 현실의 기저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10%대로 급락한 인력 수급 문제가 결정적인데, 이를 타개할 근본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동병원협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 큰 비용과 희생을 치르더라도 신생아 출생을 늘리는 정책적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태어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미래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소아진료의 위기는 현재 병원 건물의 하드웨어들은 다 갖춰져 있지만, 그 안에서 24시간 중증소아를 분야별로 나눠 전문 진료할 전문의가 너무 많이 줄어들어 정상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올해(109조 1830억) 대비 12.2% 증가한 122조 4538억이 2024년도 예산으로 편성됐다고 발표했다.
올초부터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을 강조해온 정부는 소아의료체계와 관련해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신설(5곳) △야간·휴일에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지원(45곳·개소당 2억) 및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 △중증소아환자 치료를 위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확충(12→14곳) 등의 정책을 내놨다.
야간·휴일 진료센터 운영지원에 올해보다 45억 늘어난 47억을 투입하는 한편, 소아청소년 암 진료체계 구축에도 64억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특히
소아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소청과 전공의·전임의 수련보조수당도 연간 월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44억).
'2024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중 발췌. 복지부 제공하지만
"소청과 전공의에게 수당을 더 주거나 상급병원·달빛어린이병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나 모두 단기적인 대책"이라는 게 협회의 평가다.
아동병원협회는 "이미 무너진
동네 의원급(소아과)부터 지역 아동병원, 상급병원에 이르는
진료 전달체계가 정상화되려면 소청과 전공의와 전문의가 늘어나서 시스템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소아응급센터를 늘려도 병상을 지킬 의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응급 평가 후 다시 아무 병원으로나 전원(轉院)해야 하는 게 대부분 소아응급센터의 실정"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기준 전국 소아진료의 24%를 담당한 아동병원이 의료진 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해 응급 중증소아 검사 및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소아응급센터와 상급병원 응급실 과밀화는 해소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대다수 상급종합병원들에서 1~2년차 소청과 전공의들이 사라지게 될 거란 암울한 전망도 짚었다. 이는 연쇄적으로 아동병원과 상급병원의 소아 진료역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아동병원협회는 "지금과 같은 단기 응급대책과 함께
의대생들이 소청과를 선택할 유인이 될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를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소아과 진료에 종사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산 책정만으로 소청과 붕괴는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예산 확대와 더불어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며 "법과 제도를 개편하고 신설해서 처우를 개선하고 부담감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더 큰 노력을 기대해 본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