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선임 문제로 한 달여 간 공전되던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비로소 정상화됐다. 이 전 부지사의 새로운 변호인 선임으로 미뤄졌던 증인 신문이 재개됐다.
다만 새로 선임된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의 최근 진술 번복에 대해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한 진술로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해 재판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질 위험도 있다. 법조계에선 김 변호사가 현직 민주당 경기도의원인 점을 두고 "이해 충돌 우려가 있다"고 봤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는 김광민 변호사가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 새로 출석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다음 기일까지 사선 변호인을 1~2명 더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뜻을 존중하지만 사건 기록이 방대한 데다 외부 문제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재판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쌍방울 직원을 대상으로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향후 2~3차례 더 증거인멸교사 관련 신문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부지사의 최근 진술 번복은 구속 장기화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의 대면 조사 등 압박 속에서 나온 것으로, 임의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방북을 추진해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다. 해당 조서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도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이 전 부지사 진술을 두고 변호인이 공개적으로 증거 능력을 부인하고 나선 셈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관련 증거 등을 종합해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를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이 대표 측과 소환 시점을 두고 2주 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는 우선 '지금 당장 증거 인부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진술한 것 자체는 인정하지만 진술 임의성을 부인한다는 취지다. 본인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진술하지 않았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이 전 부지사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면서 "불합리하게 구속 기간이 길어져 약 1년 간 구속된 이 전 부지사는 지금까지 약 50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그 과정에서 김성태 전 회장과 만났고 그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장 표명이 이르면 이번주 내로 변호인인 자신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법조계에선 김 변호사가 경기 부천에 지역구를 둔 현직 도의원인 점을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이 이 대표의 제3자뇌물 혐의 수사의 향방을 가를 주요 증거로 떠오른 마당에 민주당 소속 변호사가 피고인의 이익에 충실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대표의 3자 뇌물 혐의를 정조준하는 검찰로서도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재번복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이런 시각에 대해 "민주당 소속으로 선임계를 내자마자 관련 보도가 나와 저도 피고인도 모두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검찰에서도 사법 방해나 재판 개입을 주장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변호인단을 확보하고 그 이후로는 가급적 재판 출석을 자제하면서 한발 물러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김 변호사 외에 다른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변호사가 실제로도 재판 출석이나 검찰 조사 입회 등 주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 전 부지사 측 반대신문은 김 변호사가 아니라 일주일 전 배정된 국선 변호인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