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뉴스해병대 전우회는 5일 고 채모 상병 순직과 관련한 항명 파문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국방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조기에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본 사안을 정리하고 해병대가 다시 올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병대 전우회는 이날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마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작금의 행태에 해병대 수천여분의 호국영령과 모든 전우들이 깊은 실망과 함께 강력한 경고 및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우회는 "자신보다 국가를, 해병대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면서 "이것이 싫다면 빨간 명찰을 떼어버리고 당장 팔각모를 벗어라. 이것이 지금까지 해병대가 존재해 온 이유이자 해병대만이 가지는 DNA"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병대는 충성스런 군대로 국군통수권과 지휘계통을 최고 준엄한 가치로 여기며 목숨을 바쳐 지금의 명예를 얻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이병에 이르기까지 이에 걸맞는 해병대 리더십과 충성심을 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이 시간에도 눈을 부비며 서북도서에서 김포, 포항,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군사대비태세 유지 및 현행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해병들의 전투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며 국민적 신뢰 하락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우회는 "해병대 100만 예비역들은 해병대 명예 회복과 위기 극복을 위해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해 주길 당부하며 무엇이 해병대를 위한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사려 깊게 행동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병대 전우회는 지난달 14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공정하고 외부 개입 없는 수사와 군의 결자해지를 촉구한 바 있다.
전우회가 잇달아 두 차례의 성명을 낸 이유는, 최근 해병대 예비역들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옹호하며 단체행동까지 촉구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