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채소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반등하며 다시 3%대를 기록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물가마저 상승폭이 늘어남에 따라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개월 만에 다시 3%대 진입…올해 들어 첫 반등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보다 3.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인 7월의 2.7%보다는 0.7%p 높은 수치지만, 올해 1~7월 누계 상승률인 3.7%을 상회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하향하고 있었던 흐름은 반전됐다.
올해 1월 5.2%로 시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들어 4.8%로 4%대에 진입했고, 4월에는 3.7%로 다시 3%대로 낮아졌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2.7%, 2.3%로 2%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2.3%는 2021년 6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국제유가 상승세…농산물 가격도 이상기후로 급등하며 고물가 견인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황진환 기자 올해 들어 하향일로이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한 데는 유가와 농수산물 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던 탓에 올해 국내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의 경우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여기에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석유류 물가를 견인했다.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25.9%이던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한 달 새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며 8월에는 -11.0%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의 오름세는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80%에 이를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날씨가 폭염과 폭우, 태풍 등이 번갈아 오는 이상기후였던 점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과실 물가는 1년 7개월 만의 최고치인 13.1%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사과 30.5%, 복숭아 23.8% 등 일부 품목은 물가가 크게 뛰었다.
고물가 우려 속 수출·소비·투자 동반 부진한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까지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률 반등이 경기가 부진한 상황 속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 흐름은 정부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81조원에 달하는 무역금융을 투입해 수출을 활성화하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예비타당성을 면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좋지 못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8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했는데, 감소세 또한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내수도 좋지 못하다.
7월 소매판매는 소비를 견인하던 내구재 소비의 급감으로 인해 전월 대비 -3.2%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투자 심리 또한 악화되면서 7월 설비투자지수의 전월대비 증가율은 11년 4개월만의 최대 감소인 -8.9%로 집계됐다.
현대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되고 수출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상저하저',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석·고유가 지속에 9월에도 '고물가' 전망…"소비 위축 더 커질 수도"
류영주 기자9월에도 물가 상승 흐름은 둔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추석 연휴가 월말에 위치해 있어 물가 상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김웅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주머니도 쉽게 열리기 어렵게 됐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의 물가 상승률이 21.1%를 기록하는 등 고공비행 중인 데다, 개인서비스와 외식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각각 18개월,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4.3%, 5.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상반기 내내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면서 물가부담이 낮아지는 듯 했지만 국제유가와 여름철 기후 변수로 인해 상승했다"며 "추석이 물가 상승의 상수가 될 예정인 가운데, 국제유가와 기후 변수가 더해질 경우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