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같은 병실의 환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알츠하이머 환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7년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13형사부(이용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A(70)씨의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20일 오후 9시 50분쯤 전북 정읍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같은 병실의 환자 B(80)씨의 목을 압박붕대로 졸라 살해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가 코를 시끄럽게 골아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유로 'B씨를 살해하고 병원을 벗어나 교도소에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해주지 않고 억지로 잠만 재운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A씨는 알츠하이머와 섬망으로 입원해 치료받고 있었고, 피해자 또한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
법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가 중증 치매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이므로 무죄를 선고받아야 한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심신미약' 상태에 있어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은 모두 심신상실은 부정하고 유죄를 평결했다. 다만, 심신미약은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배심원 2명은 징역 5년, 4명은 징역 7년을, 나머지 1명은 징역 8년의 양형 의견을 보였다.
재판부도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감경요소로 판결에 반영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심신상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병원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일관된 진술을 하고 범행 사실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국립법무병원 감정의도 심신미약 상태 의견을 제시했고 심신상실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선 "병원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목적으로 아무 관련 없는 이를 살해했다"며 "자신의 자유를 위해 피해자의 생명을 침해해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고통을 받다 목숨을 잃었고, 피해자의 유족은 소중한 가족을 잃어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됐다"며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장기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병상에서만 생활했다"며 "몸이 침대에 묶여 있기도 하는 등 제한받아 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요양병원이 환자에 대한 대우와 관리를 소홀히 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이 위로금과 장례비 등 합의금으로 7천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존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