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A 교사가 2019년 당시 근무하던 한 초등학교에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독자 제공대전에서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대전유성경찰서와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A씨는 가족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오후 끝내 숨졌다.
발견된 유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20년 차인 교사 A씨는 2019년 당시 근무하던 한 초등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동학대 고소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전국초등교사노조에서 '아동학대 사건으로 고소 당한 뒤 무혐의 받은 선생님들의 사례를 조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A씨가 생전에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교사노조 측은 설명했다. "유족분도, A씨가 이 설문조사에 참여해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며 "찾아보니 정말 고인이 쓴 게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동 학대 고소 배경에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하면서 특히 힘들었던 학생 4명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업태도 불량,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치거나, 발로 차거나, 꼬집는 등의 행동을 해서 따로 지도했고, 급식실에서 드러누워서 일으킨 적이 있다"고도 했다.
"2019년 11월 26일 친구 뺨을 때린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는데, 다음날 그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틀 뒤 교사는 병가 신청"이란 내용도 있었다.
이밖에도 "2019년 12월 2일 국민신문고, 경찰에 신고 당함", "12월 23일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함. 이후 아동학대 관련 조사 받음"이라고 쓰여있었다.
2020년 10월 아동학대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 등은 수년 간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는 게 교사노조 측 설명이다.
숨진 A 교사가 재직 중이던 한 초등학교에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무릎을 꿇은 채 슬퍼하는 동료교사의 모습. 독자 제공A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 교사와 유족 등은 "A씨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당시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라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대전교사노조 이윤경 위원장은 "대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등 교권침해로 인한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아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시교육청은 숨진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할 예정이며, 사망과 관련해서 악성 민원 등 관련성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현재 학교에 교원과 학생의 심리치료를 위해 위센터와 에듀힐링센터의 상담 인력을 파견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