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쳤다. 정혜린 기자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3세 아동이 크게 다친 가운데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과 함께 성실했던 일가족이 맞이한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대로 전했다.
지난 9일 불이 난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 화재 이후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에 검게 그을린 아파트 외벽과 창호가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같은 동 주민 김 모(60대·여)씨는 화재와 함께 연기가 아파트를 뒤덮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지금도 공포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낮잠을 자고 있는데 딸이 밖이 너무 소란스럽고 시커먼 연기가 올라온다며 급히 깨웠다"며 "급하게 계단으로 대피하는데 내려오다 보니 가스랑 타는 냄새도 많이 나고 연기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층 밖으로) 내려왔을 땐 이미 7층 가족들은 추락한 상황이었다"며 "베란다에서 불꽃이 보이고 연기도 계속 나서 주민들도 '소방차 언제 오냐'며 다 같이 놀라서 발만 구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다른 동 주민 이 모(60대·여)씨는 "집에 있는데 뭔가 '쿵' 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사람 살려'하는 고함이 들렸다"며 "놀라서 창문으로 내다보니까 사람들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화단에 떨어진 여성에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외벽이 윗 층까지 검게 그을렸다. 정혜린 기자해당 아파트 주민들과 경찰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집에는 베트남 여성 A씨와 A씨의 남편 B씨, 두 사람의 아들과 A씨의 어머니 C씨 등 4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화재 당시 A씨는 인근 시장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집에서는 불이 나 남편 B씨 등 2명이 숨졌고 아들은 크게 다쳤다.
주민들은 한순간에 온 가족을 화마에 잃은 A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평소 인사성이 밝고 화목하게 지낸 가족이었다며 지금도 이런 비극이 믿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가끔 마주칠 때마다 엄마가 아이에게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라고 인사를 시켰다"며 "인사성도 밝고 참 다정해 보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동 주민도 "사고 전날에도 외할머니랑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는 걸 봤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외할머니와 말은 안 통해도 항상 마주칠 때마다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곤 했다"고 말했다.
불길과 연기를 피하려 베란다로 대피했던 일가족은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정혜린 기자
성실히 살아가던 이웃 가족이 갑작스럽게 당한 참변에 일부 주민들은 가족을 위한 성금 모금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에게서 성금 모금 이야기가 나와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화재로 인한 입주민 피해 신청을 받고 있어 이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남편 B씨 등 일가족은 불을 피해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숨졌다.
경찰 등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위와 함께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화재 당시에 대한 여러 목격담이 있는데, 불이 난 집에 살던 50대 여성(할머니)이 아이를 안고 추락했다는 최초 목격자 신고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인명피해 발생 경위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