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9월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러시아를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짙은 녹색의 방탄열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방러 때 이용했던 열차의 사진과 해당 열차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어 "중무장됐지만, 호화롭게 내부가 장식된 느려터진 열차"라고 묘사했다.
일명 '태양호'로 불리는 이 열차의 외부는 온통 짙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고 중간에 노란색의 줄이 그어져 있다. 열차 외관이 비교적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차체 하부는 폭발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판이 보강돼 있고, 인공위성 추적을 피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또한 외부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같은 열차 총 3대가 번갈아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배포한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외관과 달리 내부는 상당히 호화로운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서 귀국하는 모습을 공개한 사진에서 찍힌 열차 내부를 보면, 흰색으로 깔끔하게 단장된 내부에는 큼지막한 붉은색 계열의 가죽 의자가 배치돼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탔던 열차의 경우 같이 동승했던 러시아 인사들의 전언으로 보다 상세한 내용이 알려졌다.
비행기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무려 3주간 열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당시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2002년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서 김정일의 열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풀리코프스키는 책에서 "열차안에서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및 프랑스의 모든 요리를 주문할 수 있었다"며 "고급 와인과 살아있는 랍스터도 물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여성 가수들도 열차에 동행해 탑승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고도 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장은 2019년 기고문에서 "해당 열차가 지휘칸, 침실칸, 식당칸, 수행원칸 등으로 구성됐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방탄차를 운송하는 칸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탄 처리가 돼 있고 실내 장식에도 꽤 공을 들인만큼 열차 자체 무게도 엄청 나가, 속도는 시속 60km 정도로 매우 느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200km를 가는데 20시간이 걸리는 이유이다.
여기에는 북한 선로 자체가 노후된 측면도 한몫을 한다. 북한의 선로 상태를 직접 경험했던 한 인사는 일부 구간에서는 영화 '인디아니 존스'의 광산 수레 폭주가 연상됐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의 방탄 열차는 북한과 러시아가 같은 규격의 선로를 사용하지 않는만큼 국경 부분에서 멈춘 뒤 별도 조치를 한 뒤에 다시 출발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이 같은 규격의 선로를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다.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규격의 선로를 쓰는데 반해 폴란드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용기로 폴란드까지 이동한 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서 특별 열차를 타고 들어갔다. 아마도 폴란드·우크라이나 양국간 선로 규격이 달라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열차는 국경에서 잠시 대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