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무경찰 제도가 폐지되면서 그만큼 경찰관 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의경들의 빈자리에 신규·기존 경력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근무지의 인력 증원은 후순위로 밀렸고, 지구대·파출소는 인력난에 허덕이며 늙어갔다.
1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 평균 경찰관 채용은 약 5333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4139명, 2021년 5900명, 2020년 6097명, 2019년 3734명, 2018년 7776명, 2017년 4356명이다. 6년 동안 3만 2002명을 채용한 것이다.
이는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의경 폐지' 공약에 따른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6년 동안 2만 명을 증원하겠다'던 경찰의 계획을 상회한 숫자다. 당시 경찰청은 '1만 명은 계획대로 범죄예방.수사·교통 등 민생치안분야에 투입하고, 추가로 늘어난 1만 명은 의경 축소에 따른 치안공백 해소에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경찰관 채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보다 채용 규모는 작아졌다.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채용된 연 평균 경찰관은 약 6297명이다. 문재인 정부보다 거의 1천 명 많은 규모다.
경찰관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인 경찰관 정원 역시 의경 폐지가 발표된 이후 오히려 더디게 늘어났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연 평균 증가한 정원은 약 2724명.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연 평균 증가한 정원은 3068명이다. 약 10% 가량 정원 증가 속도가 줄어든 셈이다.
그동안 의경은 2017년 기준 약 2만 5천 명에서 점차 감소해 2023년 4월 모두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의경들이 대거 배치됐던 서울경찰청 기동대(기동본부 포함)에는 신규·기존 경력들이 집중 투입됐다. 의경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청 기동본부 경력은 4536명으로, 2017년(2614명)보다 약 73.5% 늘었다. 약 5년 동안 1922명의 경찰관이 투입된 것이다.
전체 경찰 충원 속도는 늦춰졌는데, 급격히 줄어든 의경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경력이 기동대에 집중 배치됐다면 모자란 인원을 어디에서 충원했을까? 이 기간 일선 지구대·파출소 증원 속도는 터무니 없이 낮았다.
2023년 5월 기준 서울 내 지구대·파출소 경력은 1만 577명으로, 2017년 1만 216명보다 겨우 361명(약 3.5%) 늘었다. 서울 내 지구대가 99개인 것을 감안하면, 지구대당 증원된 인력은 약 0.6명에 불과하다.
결국 의경 폐지로 전체 경력이 들어든데다 신규 채용도 줄어들었고, 의경의 빈자리를 신규·기존 경력들이 메우면서 치안을 담당하는 일선의 인력 충원이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 정원은 5만 541명이지만, 현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4만 9073명뿐이다. 게다가 서울 지구대·파출소 243곳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중 50대 이상이 약 30%다.
심지어 올해 채용 계획은 4335명으로, 의경 폐지 발표 이후 두 번째로 작은 채용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내놓은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는 주장이 무색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채용 규모는 정원에서 매년 새롭게 퇴직하는 경찰관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정원을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매년 협의해 정하기 때문에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르면 18일 치안 중심의 조직 개편안을 발표한다.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등 상급 기관의 인력을 빼내 지구대·파출소 등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수사·정보·외사·교통 등의 기능만 약화시킬 뿐, 일선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많다.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인력 재배치도 좋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안이 돼서는 안된다"며 "의경 폐지 이후 경력의 변화와 치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재배치와 채용 규모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