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2살이 채 안되는 영유아 4명이 오피오이드(아편류 마약) 노출 증세로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아 한명은 끝내 숨졌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45분쯤 어린이집 영유아 3명이 의식을 잃었다는 911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아이들에게서 오피오이드 노출 증세를 발견하고 아편류 해독제인 나르칸을 투여후 인근 병원으로 아이들을 옮겼다.
경찰은 같은 날 이 어린이집에서 정오쯤 먼저 귀가한 남아 한명도 비슷한 증세를 보여 부모가 병원으로 데려간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아이 4명중 오는 11월에 2살이 되는 남아 한명은 결국 사망했고, 나머지 3명은 의식을 회복했으나 일부는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 경찰은 "어린이집 내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마약 거래상들이 주로 사용하는 포장기기가 발견됐다"며 "이번 사건과 과련해 범죄 혐의가 있는 인물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아이들이 어떤 경로로 마약류에 노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이번 사건이 말해주고 있는 위기는 현실이며, 집에 오피오이드나 펜타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뉴욕에서는 2,668건의 치명적인 약물 과다 복용이 발생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중 80%가 펜타닐에 의한 것이었으며, 브롱크스 카운티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어린이집도 브롱크스 북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등 아편류 마약의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태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처럼 극심한 고통을 겪는 중증질환자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지만, 합성마약으로 오용되고 있다. 아편 계열의 마약인 헤로인의 100배 정도 강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펜타닐의 경우 치사량이 2㎎에 불과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펜타닐이 묻은 종이를 빨아먹거나 아니면 포장지에 묻은 가루를 흡입하기만 해도 사망할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10대 엄마가 9개월된 아들의 분유에 펜타닐을 섞어 줬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10대 엄마는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싶어서 분유에 약을 탔다"고 자백했다. 숨진 아이의 몸에서는 성인 10명을 죽일 수 있는 펜타닐이 검출됐다.
현재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 사망원인 1위가 바로 펜타닐 중독이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펜타닐 중독으로 7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