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스트리아에서 회동한 美 설리번과 中 왕이. 연합뉴스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6~17일(현지시각) 몰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튼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이후 약 4개월만이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미·중 양측은 지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나눴다"며 "이번 회동은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만남에서 양국 관계의 주요 현안, 글로벌 및 지역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미·중 양국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달 동안 주요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중·미 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양국이 표면적으로는 이처럼 다양한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관심은 이번 미·중 고위급 회동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설리번·왕이 채널이 미·중 정상회담에 합의한다면, 그만큼 양국 관계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19일 시작되는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신들은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왕 부장이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몰타에서 설리번·왕이 회동이 성사되면서, 다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상황에서 지난 5월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이 회담했고, 이후 양국 고위급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 미 고위급 당국자들이 잇달아 베이징을 방문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 역시 지난 2021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의 전임인 양제츠 전 외교판공실 주임이 비밀리에 만난 뒤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