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에 대한 '맞불 차원'이라고 비판했지만, 법조계 눈길은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 책임을 물어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총투표수 287표 중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집계됐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안 차장검사는 곧바로 직무 정지됐다.
국회 가결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이 접수되면 사건을 검토, 심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심리에 착수하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은 역대 다섯 번째 탄핵 심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이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 행사 당시 발생한 참사 책임 등으로 탄핵 심판을 받은 이 장관에 대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앞선 네 번의 탄핵 심판에서 인용돼 파면된 사례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탄핵소추 사유는 안 차장검사가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로 재직할 때 '유우성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하며 피해자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는 것이다.
재판에 넘겨진 유씨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유씨가 과거에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할 사정이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 사건은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한 첫 사례가 됐다.
민주당은 유씨를 둘러싼 간첩조작 사건이 조작된 사실이 밝혀지자, 검찰이 보복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유우성씨. 연합뉴스반면 당사자인 안 차장검사는 "수사하고 판단해 결정함에 있어 일체 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환치기에 의한 외국환관리법 위반의 경우 이전에 불기소 처분된 유사 사건 처분 시 고려된 사유와는 전혀 다른 사실이나 사정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기소유예 사건을 재기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과 병합해 수사한 끝에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도 "고발사건 중 일부 공소기각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은 앞서 2010년 3월 기소유예 처분된 바 있다"면서 "이후 고발사건 수사 결과 재북 화교로 중국인인 점, 공범과 함께 거액의 부당이득을 한 점 등이 추가 확인돼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기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리에 착수한 헌재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인용하면 탄핵 결정을 내리게 된다. 탄핵 심판의 쟁점은 이른바 '보복 기소' 의혹을 받는 안 차장검사의 처분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안 차장검사의 행위에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안 차장검사가 처분을 내리게 된 경위와 사실관계 등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나 장관과 달리 현직 검사라는 지위와 역할을 고려,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사유에 해당하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헌재는 헌정사상 첫 탄핵 심판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에만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해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헌재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과 비교해 완화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헌재는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져오는 국가적 손실이 경미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통령과 비교할 때, 파면의 효과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형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사에 대한 첫 탄핵안 의결은 1994년 12월에 이뤄졌다. 당시 김도언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이 추진됐지만, 찬성 88표, 반대 158표로 부결됐다. 이후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이 두 차례 발의됐는데 1998년 1차는 폐기, 1년 뒤인 1999년 2차 때에는 찬성 145표, 반대 140표로 부결됐다.
이어 박순용·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BBK 의혹 수사·지휘를 담당한 최재경·김기동·김홍일 전 검사장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