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비구이위안이 말레이시아에 조성한 포레스트시티. SCMP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0년대 이후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발맞춰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섰던 중국인들이 이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해외 부동산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 홍콩 소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중국인들이 재정상의 이유로 이들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광둥성 소재 부동산 중개인 야오 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더 이상 투자금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사업 실패, 해고, 모기지 대출 채무불이행 등 국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이 절실히 필요한다"고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야오 씨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태국 방콕과 파타야 시내 지역의 50만 위안(약 9,200만 원)에서 200만 위안 사이의 아파트 구입을 알선하기 위해 32번이나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3년이나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해 현재는 이들 투자자들로부터 이 시기 구입한 부동산을 팔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태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투자자 중 다수는 일반 중산층"이라며 "팬데믹 이후 이들의 소득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부유층을 필두로 해외 부동산 매입붐이 일었고, 마침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기와 겹치며 중산층까지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물론 일본도 인기 투자처였다.
일찌감치 투자한 일부는 수익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막차를 탄 이들은 수익은 커녕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일본 관련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첸 씨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을 운영하기 위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한 이들이 중국 관광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는 직접 해외에 진출해 중국인을 위한 신도시급의 대형 주거 타운을 직접 조성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 최남단에 조성된 대형 '포레스트시티'이다.
포레스트시티는 1천억 달러(약 134조 원)가 투입되는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로 70만명을 수용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분양률은 1% 미만이며, 사업 악화로 가격도 계속 하락해 1㎡당 1만 8천 위안에서 1/3 수준인 6천 위안으로 고꾸라졌다.
지난 2017년 포레스트시티 아파트 2채를 구매한 리 씨는 "아파트, 도로, 상점이 텅 비어 있어 유령 도시처럼 보인다"면서 "중국인 수천 명 정도 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집을 팔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포레스트시티 개발에 나선 곳은 다름아닌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로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는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 가든)이다. 결국 중국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부동산 침체가 중국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