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탈리아 정부가 자국으로 몰려드는 이주민 중 미성년자를 가려내 나이를 속인 게 확인되면 추방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추방령이 내각 회의를 통과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탈리아 이민법은 부모나 법적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미성년자에겐 국가 차원의 특별 보호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17세 이하 미성년자냐, 또는 18세 이상 성인이냐에 따라서 처우가 천양지차로 달라지기에 미성년자인 척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나이를 속여도 이주민의 경우 국가가 발행한 여권 등 나이를 입증할 서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미성년자라고 주장할 경우 확인이 쉽지 않았다.
새 법령은 경찰에 신체 측정과 엑스레이(X-Ray)를 통해 이주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나이를 속여서 미성년자라고 거짓 주장한 이주민은 추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이 경우 일부 청소년들이 나이 판정 검사를 피하기 위해 보호시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미등록 이주민으로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취약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각 승인을 받은 새 추방령은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2개월 이내에 의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효력이 사라진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 법령이 수정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하는 이주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주민의 구금 기간을 종전보다 최대 4배(18개월)로 늘리고, 새로운 구금 시설을 건설하는 조치에 서명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13만3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멜로니 총리는 총선 승리 1주년(25일)을 앞두고 지난 23일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1의 인기 토크쇼 '포르타 아 포르타'에 출연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이주민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랐다"면서 "분명 매우 복잡한 문제이지만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