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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MZ들의 추석나기…귀향도 서울 잔류도 '팟' 문화 뜬다

    '버스표 못 구했는데'…'팟' 모집 글 올리자 4~50명 응답 쇄도
    "비용절감이 가장 큰 효용…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 기성세대보다 높아져"
    관계만큼 목적을 중시하는 MZ세대…"새로운 연대"

    지난 27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7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이면 고향으로 가는 대구행 기차·버스표를 구하는데 유달리 애를 먹던 대학생 강모(27)씨.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훑어보던 강씨의 눈에 강씨처럼 '기차를 다 놓쳤다', '버스도 매진이다' 고 성토하는 학생들의 글이 들어왔다.

    연휴마다 표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던 강씨는 이런 학생들을 모아 '추석버스 팟'을 이번 달 결성했다. 에브리타임의 대학게시판 10곳에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을 모아 직접 버스를 대절하려고 한다'라는 모집 글을 올리자 4~50명의 사람들이 금방 모여들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갈무리.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갈무리.이른바 'MZ세대'라고 불리는 20대 사이에서는 '팟' 만들기가 하나의 유행이다. '팟'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을 뜻하는 '파티(Party)'의 준말로,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팟'으로 순식간에 모였다가 흩어진다.

    강씨는 "저희 같이 단체로 버스를 예매하는 것도 있겠지만 주로 OTT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팟'을 많이 꾸린다"며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효용을 느끼는 것 같다. (모르는 사이이지만) 대학, 직장 등 같은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부담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티셔츠 등을 공동 구매할 때 팟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 김민수(19)씨는 "제 친구도 '추석버스' 팟을 구했다"며 "공동 구매하면 비용이 확실히 줄고, 입금만 하면 팟에 가입되니까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모으는 '팟' 문화가 익숙하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인간관계의 범위를 넓혀가는 '인덱스 관계'를 올해 주요 키워드로 선정했다. MZ세대가 소수와 깊은 관계를 맺기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관계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진 사회 분위기에 더해 사회로부터의 고립은 두려워하는 20대의 특성까지 맞물리면서 '팟' 문화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20대 이모씨는 추석 다음 날인 이날(30일) 서울 신촌의 한 술집을 빌려 'MBTI 일일호프'를 연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몇 년 전부터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씨 역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차례 모집 글을 올려 '파티원'들을 구했다. 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서울에 머무는 대학생들끼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보고자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며 "신청 마감 기간이 5일 정도 남았지만 120명 정도 모였다"고 말했다.

    서울에 남아 '운동 팟'에 참가한다는 대학생 송모(25)씨는 "기성세대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며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코로나와 경기 불황이 겹치다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명절에는 친척·지인 등 가깝지만 자주 보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는 일이 관례였지만, 인맥 관리를 피곤해하며 '넓고 얉은 대인관계'를 선호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 20대들의 추석 연휴를 지내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대학내일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20대 문화 중에는 러닝크루 등 따로 친분이 없었던 사람끼리 특정 목적으로 모여 함께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 취향이나 관심사, 목적이 통하면 가볍고 느슨하게 연대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목적으로 함께 모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으로도 보여 공동체의 붕괴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연대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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