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출격 이강인. 연합뉴스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살아났다. 비록 아직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날렵해진 몸놀림에 기대감이 쏠린다.
이강인은 부상 및 소속팀 일정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늦게 합류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강인의 대표팀 차출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수차례 협의 끝에 힘겹게 이강인을 데려올 수 있었다. 개막 전부터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이강인을 발탁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이강인은 한국이 태국과 조별 리그 E조 2차전을 치른 지난달 21일 약속의 땅 중국 항저우에 입성했고, 바레인과 3차전에서 대회 첫 경기를 소화했다. 당시 선발로 나서 36분간 가볍게 몸을 풀면서 날카로운 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뒤이어 키르기스스탄과 16강에서도 선발로 나섰지만 몸놀림이 다소 둔해 보였다. 전반에는 특유의 발재간과 경기 운영 능력을 뽐냈지만, 후반 들어 체력적으로 다소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이강인은 이날 60분을 소화하며 출전 시간을 늘렸지만 현지 적응이 덜 된 모습으로 우려를 낳았다.
8강에서 만난 중국을 상대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황 감독은 중국이 주최한 국제 대회에서 수 차례 거친 파울에도 눈을 감는 편파 판정이 일었던 만큼 탐색전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우려와 달리 한국은 전반 34분 만에 2골을 몰아쳐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갔다. 반면 후반 19분에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은 여전히 몸이 무거웠고, 공격 포인트 없이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파죽지세로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이때까지 이강인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결승 문턱에 서자 평소보다 훨씬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드리블하는 이강인. 연합뉴스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 대 1로 제압했다. 결승에 올라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다투게 됐다.
한국은 전반 3분 만에 세트피스에서 나온 환상적인 호흡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엄원상이 박스 안으로 넣은 낮은 크로스를 정우영이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전반 25분 우즈베키스탄의 얄로리딘노프가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한국은 곧바로 다시 앞서갔다. 전반 37분 정우영이 문전 혼전 상황을 틈 타 빠르게 쇄도해 멀티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인은 이날 공격 2선에 배치됐다. 소유권을 잡았을 때는 중원으로 내려와 볼 배급을 도왔고, 상대의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는 조영욱과 함께 최전방까지 전진해 적극적인 압박을 펼쳤다.
에이스인 만큼 이날 경기에서도 집중 견제를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이강인이 볼을 소유할 때마다 거친 태클과 몸싸움으로 저지했다. 전반 42분에는 수비수 부리에프가 위험한 파울로 이강인을 막아서 옐로 카드를 받았다.
이강인 역할은 여기까지. 연합뉴스
여전히 공격 포인트는 없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집중 견제 덕에 다른 선수들에게 빈틈이 생겼고, 이는 득점으로 이어져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실점 위기마다 빠르게 수비에 합류해 공을 걷어내는 등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며 한국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에도 풀타임을 소화하진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이 우려돼 교체가 된 것으로 보인다. 후반 14분 송민규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나갔는데, 곧바로 엄원상이 부상으로 쓰러지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제 기량을 100% 발휘했다고 볼 수는 없다. 풀타임을 뛸 체력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수에서 모두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결승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은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 오는 7일 일본과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한일전인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강인이 한국의 우승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