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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을 떠난 천사에게…"한국을 선택해줘서 감사합니다"

전남

    지상을 떠난 천사에게…"한국을 선택해줘서 감사합니다"

    핵심요약

    ■ 방송 : 전남CBS 라디오 <시사의 창> FM 102.1/89.5(순천) (17:00~17:30)
    ■ 진행 : 최창민 기자 ■ 제 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정혜운 작가
    ■ 대담 :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

    ◇ 최창민>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마가렛 수녀 선종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흥지역 등 곳곳에 분향소가 마련되는 등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살폈던 마가렛 수녀의 생애를 잠시 돌이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준 신부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연준> 안녕하세요.
     
    ◇ 최창민> 마가렛 수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 김연준> 저희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상임이사와 이사들, 또 간호사하고 초등학생 두 명, 가이드 등 10명이 이번 명절에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두 분을 뵈러 갔었거든요. 가는 도중에 마가렛이 다치셨다고 들었고 그래서 마리안느를 먼저 만나는 도중에 선종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 최창민> 보도에 따르면 사인이 급성 심장마비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사인이?

    ◆ 김연준> 낙상으로 대퇴부에 골절이 와서 수술 도중에 급성 심장마비로 마취를 깨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 맞습니다.  

    ◇ 최창민> 임종 때 곁에서 지킨 분들이 계시나요.
     
    ◆ 김연준> 수술 중이었으니까. 그냥 아무도… 이분들이 그렇게 돌아가실 정도의 건강이 안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돌아가실 것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수술 중에 돌아가셔서 가족은 없었습니다.  

    ◇ 최창민> 그럼 유언도 남기지 못하셨겠네요.

    ◆ 김연준> 대신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자기가 죽으면 대학병원에 해부용으로 유언을 남기신 거 확실합니다.
     
    ◇ 최창민>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신부님 심정이 어떠셨어요.  

    ◆ 김연준> 맨 먼저 마리안느 수녀님이 전화를 받고 그때 법인 이사님들 상임이사가 듣고 저한테 연락을 해주셨는데 되게 놀랬고요. 슬프지만 아름답구나… 슬픈 아름다움 그런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리안느(왼)과 마가렛(오). 고흥군 제공 마리안느(왼)과 마가렛(오). 고흥군 제공 
    ◇ 최창민> 두 분의 인연도 상당히 오래되셨다고요.

    ◆ 김연준> 2005년도에 제가 소록도에 보좌신부 발령받고 살았을 때 그때 마리안느 마가렛 두 분이 소록도에 봉사자로 계셨고 그때 처음 뵙고 9개월 매주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같이 차도 마시고 식사도 했던 그런 사이입니다.  

    ◇ 최창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셨는데 마가렛 수녀님은 40여 년 전에 어떤 연유로 고흥 소록도까지 오게 되신 건가요?
     
    ◆ 김연준> 1960년대에 한센인들은 거의 인권이 굉장히 약했죠. 그때 당시 조창원 원장이 군사혁명 이후에 병원장으로 육군 대령의 계급으로 왔는데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한센인들의 인권을 눈뜨게 해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한센인들한테 '당신들도 사람이다. 자식을 낳아라' 혁명적인 발언을 한 거예요. 그 전에는 결혼하면 아예 단종 수술을 해버렸고 임신하면 강제 낙태를 당연하게 시켰거든요. 조창원 원장이 '자식을 낳아라' 했는데 문제는 자식을 낳으면 키워줄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왜냐하면 그때는 감염병 정책이 한센인들이 자식을 키울 수가 없었어요. 그때는 미가마라고 했거든요. 한국에는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그 아이를 키워줄 간호사가 없었어요. 외국 간호사만이 할 수 있구나 해서 당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이 미국 분이었어요. 병원장이 헨리 대주교께 한센인 자녀를 키울 간호사를 요청하니까 헨리 대주교님이 유럽을 가는 길에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방문해서 교구장에게 소록도 한센인 자녀를 키울 간호사를 부탁한 거죠. 그게 계기가 돼서 오게 된 것입니다.

    ◇ 최창민> 지상에 '천사'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당시 한센병 환자들을 극진히 돌봤다고요.  

    ◆ 김연준> 1960년대에 대한민국 국민총생산이 전 세계에서 꼴찌였습니다. 가장 가난했고 더군다나 소록도 한센인들 처지는 그중에 더 열악했죠. 의약품이라든가 먹는 거 입는 거 모든 면에서는 최하의 상태였는데, 마가렛은 아버지가 의사였어요. 본인도 간호대를 졸업했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도움도 많이 받고, 그때 당시 독일 오스트리아 약은 세계 최고였으니까. 거기서 의약품도 많이 가져오고 또 재정적인 지원도 호소를 해서 먹는 것 입는 것 치료 부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많이 가져왔죠.

    ◇ 최창민>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다가 고름이 얼굴에 튀기도 하고, 그런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들을 돌봤다고요.  

    ◆ 김연준> 당시 의료 환경은 한센인들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래서 의사들 간호사들도 한센인들을 치료할 때 직접 장갑을 이중으로 끼고도 만지지 못했어요. 누구도 한 3미터 떨어져서 스스로에게 눌러봐라 어디 거기가 아프냐 여기가 아프냐 그런 식으로 진찰하던 시절인데 이제 마리안느 마가렛은 아예 오자마자 맨손으로 직접 피고름을 직접 만졌죠. 그러니까 한센인들은 경악을 했고 조만간에 이분들이 감염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염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 병이 그렇게 쉽게 감염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게 됐죠. 그리고 한센인들은 자기 피고름을 터치를 받았잖아요. 누구도 우리를 싫어하는데 맨손으로 스킨십이 됐죠. 한센인들한테는 상처받은 마음의 진정한 치유가 잘 되기 시작한 거죠.
     마가렛(왼)과 마리안느(오). 고흥군 제공 마가렛(왼)과 마리안느(오). 고흥군 제공 
    ◇ 최창민> 환자들 같은 경우는 굉장히 감동을 많이 받았었겠네요. 그렇게 40년간 치료에 전념하다가 홀연히 한국을 떠나셨는데 또 고국에 돌아가서는 머무를 때가 마땅치 않았다고요.  

    ◆ 김연준> 사람들이 두 분을 수녀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수녀님이라고 불리면 떠났을 때 수녀원으로 가야 되잖아요. 자기 집으로 갔잖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의 수녀님들이 아니시죠. 그리고 제가 소록도에 살 때 제가 수녀님이라 불렀을 때 우리 수녀 아니라고 부르지 마라 했거든요. 이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그리스도 왕 시녀회라는 조직인데 여기는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건데 지속회원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이 수녀님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사실은 이분들한테는 오히려 더 큰 박해가 됐어요. 왜냐하면, 수녀님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떠난다고 했을 때 다들 박수를 쳤죠. 왜냐하면, 소록도에서 고생했으니까 이제 편안하게 수녀원에서 노후로 보내겠지 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자기 집으로 갔죠. 그런데 누가 환영해 주겠어요. 평생 한국에서 살다가 뭐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 약간 그런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했죠.

    다행히 마리안느 부모님은 딸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집을 하나 마련해 놓고, 마가렛도 그렇게 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환영받았다고 하는 부분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죠.  

    ◇ 최창민> 마리안느 수녀님은 마가렛 수녀님 부고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이셨을까요?
     
    ◆ 김연준> 법인 식구들 소록도 사람들이 대화 도중에 부고 소식을 전화로 드렸거든요. 전해온 바로는 한참 우시고 너무 가슴 아프고 그다음에 첫 반응이 너무 질투난다 너무 부럽다 나는 마가렛이 너무 부럽다 이게 반응이었습니다.  

    ◇ 최창민> 두 분을 기리기 위해서 신부님은 그동안 기념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먼저 하늘로 떠난 마가렛 수녀님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 김연준> 한국을 선택해줘서 너무 감사하던 말 그다음에 소록도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줘서 너무 감사하던 말밖에는 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 최창민> 네. 오늘 인터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연준 신부였습니다.

    김연준 신부. 본인 제공김연준 신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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