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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개혁이라던 '연금개혁', 결국 총선 뒤로 밀리나…"책임 방기"



인권/복지

    3대개혁이라던 '연금개혁', 결국 총선 뒤로 밀리나…"책임 방기"

    올 4월 말→10월 말→다시 내년 5월?…21대 국회 매듭 불가해져
    곧 국회 제출될 연금종합운영案도 '불투명'…단일안 쉽지 않을 듯
    "당사자 참여 사회적 논의 실종" "與野 당론 부재로 논의 동력 떨어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9월 1일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 앞서 '국민불신 조장하고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금행동 제공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9월 1일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 앞서 '국민불신 조장하고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금행동 제공
    저출산·고령화로 인구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 정부가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개혁)으로 내세운 연금개혁은 좌초하는 모양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또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앞서 지난 4월 말에서 6개월을 늘린 데 이은 '재연장'이다.
     
    연금개혁 논의의 주축인 연금특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한만 '총선 이후'로 미루면서 21대 국회에서 연금 논의를 매듭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연장된 기간 중 열린 특위 전체회의는 단 두 번뿐이었다.
     
    연금특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위가 내년 5월로 연장된다는 건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안 한다는 걸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만약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연장을 하더라도) 1월 정도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민연금 개혁이 국정과제로 대두될 때부터 일각에선 내년 4월 10일 치러질 총선의 '표'를 의식해 당정이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향후 생산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 여부를 떠나 '내는 돈'(보험료율)의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칫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로 끝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3월 말 예정이던 5차 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두 달이나 앞당겼다. 당시 추계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5년 전(4차 추계)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연금특위가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논의를 길게 하지도 못하고, 보고하면 거의 (바로) '오케이'하는 식으로 진행된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기금 고갈 예상시점은 기존보다 2년 더 빨라진 2055년' 등을 골자로 한 시산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공언("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한다")에 이어 한덕수 총리 역시 지난 3일 "(연금 등)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지만, 개혁의 밑그림이 될 '초안'조차 안갯속인 상황이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결과. 재정추계전문위 제공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결과. 재정추계전문위 제공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케 돼있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단일 개혁안(案)'이 담길 가능성도 희박하다. 현재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지난달 1일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제시된 '18가지 시나리오'이다.
     
    이 복수안에는 연금 보험료율을 각각 12%·15%·18%로 인상하고 수급 개시 연령을 최대 68세까지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정 안정화를 통한 연기금 유지를 최우선으로 꾀한 결과다. 애초 '모수개혁' 논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받는 돈'(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아예 빠졌다.
     
    이에 반발한 보장강화론 측 위원 2명이 공청회 직전 사퇴하는 등 파행을 빚기도 했다. 복지부는 공청회안이 재정계산위 최종보고서나 정부안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연내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처럼 연금개혁의 타임라인이 꼬인 이유는 뭘까. 우선 지난해 7월 구성된 연금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지금 연금개혁이 지체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고, 보통은 전문가들의 의견 대립이 심한 가운데 여러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한) 요인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더 중요한 건 정작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부와 특히 정당들이 자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내놓지 않다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있는데) 내놓지 않는 게 아니고 (방안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야가 연금개혁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뚜렷한 '당론'을 내놓지 않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 의견 충돌만 부각되고 논의의 동력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금이라도 각 당이 고유한 개혁안을 내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오 위원장은 "(특위는) 여야가 같이 모여 있는 기구다 보니 최종 합의는 (설령) 더 늦게 이뤄지더라도, 각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연금(개혁)안을 내야 한다고 본다. 특위 일정과 무관하게 그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정부가 단일안을 내느냐, 복수안을 내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단일안을 내야 (찬반) 논점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특위가 연장됨으로써 정부에 구체적 연금개혁안을 (연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회피할 명분을 준 게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과업'으로 연금개혁을 규정했음에도, 정작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 위주로 논의가 전개되다 보니 막상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을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별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 초 연금특위는 지난 2017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등의 사안과 유사하게 500명 규모의 공론화기구를 꾸려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여태 진행되지 못했다.
     
    재정계산위 공청회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전면 배제된 데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운데). 연금행동 제공 재정계산위 공청회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전면 배제된 데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운데). 연금행동 제공 
    소득대체율 인상을 줄곧 주장하며 남찬섭 동아대 교수와 함께 재정계산위에서 물러난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이슈와 관련해서 전임 정부 당시부터 경사노위를 포함해 많은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 사이 보험료 부담, (가입 및 지급개시) 연령 등에 대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 지형을 알아보는 과정 자체가 비어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금특위는 일단 민간자문위 내 단일안을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노사 가입자 단체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여야 합의를 거쳐 공론화를 순차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찬섭 교수는 "아직 (민간자문위 활동 관련) 향후 일정은 명시적으로 결정된 게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계산위 공청회 직후 "연금개혁은 기금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노후 소득보장이란 세 가지 목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국민적 수용성'을 강조한 조규홍 복지장관의 발언 등을 미뤄볼 때, '소득대체율 인상' 시나리오가 정부안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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