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대표팀 류은희가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 일본과의 경기에 출전해 공격이 막히자 얼굴을 감싸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우리가 자멸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 류은희(33·교리 아우디에토)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뒤 남긴 말이다.
여자 핸드볼은 1990년 광저우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8차례 열린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에서만큼은 한국의 적수가 없었다.
딱 한 번 우승을 놓친 대회는 2010년 광저우 대회였다. 4강에서 일본에 발목을 잡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는데, 류은희는 당시를 '참패'로 떠올렸다. 대표팀 막내였던 그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인데 아픈 기억이 생생한 듯했다.
지금은 대표팀 내 유일한 유럽파이자 에이스다. 류은희는 2019년 프랑스 1부 리그 파리 92 유니폼을 입으면서 유럽에 진출했고, 2021년 헝가리 명문 구단인 교리 아우디에토로 이적해 활약 중이다.
한국은 일본과 상대 전적에서 41승 1무 5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6승 1패를 기록했는데, 그 1패를 안겨준 팀이 13년 전 광저우 대회 결승 진출을 가로막은 일본이었다.
이번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류은희는 일본과 결승을 앞두고 "이제는 더 이상 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이후로는 일본에 지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은희의 말대로 한국은 이후 일본과 맞대결에서 12전 전승을 달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 8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결승에서도 25 대 24 승리를 거뒀다.
5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9 대 29 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그러나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무려 10점 차 대패를 당하며 금메달을 놓쳤는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저장 공상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에 19 대 29로 패했다. 2014년 인천 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노렸지만 무산됐다.
류은희는 경기 후 "실수가 많아서 실점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 모두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고개를 떨궜다.
에이스인 만큼 책임감이 컸던 류은희는 "언니들의 업적을 이어갔어야 했는데 내가 놓친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맏언니이기도 한 그는 "최고참인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뜻대로 되지 않고 삐걱였다"고 아쉬워했다.
패인에 대해서는 "초반에 격차가 많이 나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고, 서로 미뤘던 것 같다"면서 "런닝에서부터 저희가 진 것 같고, 이즈 미스가 많았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저희가 크게 문제가 있어서 진 것 같지는 않다"면서 "운이 없었고, 골대나 키퍼에 맞춰주는 슛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핸드볼이 강조하는 피지컬에서는 한국이 우세했지만, 경기 내용은 정반대였다. 이에 류은희는 "일본 선수들이 협력 수비를 잘했다. 우리의 길목 차단을 잘 한 것 같다"면서 "이즈 미스를 잘 유도하는데, 옛날 한국 선수들이 했던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멸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근 일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류은희는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된 건 사실"이라며 "항상 쉽지 않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뒷심이 좋아서 5~6골 차로 뒤져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도 "선수들이 이겨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