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가 지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세계약 안심 매니저 서비스'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사회초년생 등 실제 이용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아직 이용률은 다소 저조해 적극적인 홍보와 사업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되니 혹시 나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컸죠"
부산에 사는 정모(27·남)씨는 올해 독립을 앞두고 혼자 살 집을 찾아보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잇따랐고,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7월 정씨는 부산진구청이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조언해 주고, 계약 현장까지 동행해 준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망설임 없이 서비스를 신청했다. 특히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정씨는 전문가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게 되자 매우 만족하며 안심하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정씨는 "독립하면서 전세 계약을 처음 하게 됐는데 주변에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있어 불안함이 컸다"며 "전문가가 계약 전부터 주의사항이나 보증금 보호를 위한 특약 조건도 조언해 주고, 계약서도 꼼꼼히 살펴봐 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지식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한 입장으로선 정말 든든하고 전문가가 부동산에 문제가 없는지 직접 점검해 주니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심이 됐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화되면 부동산 초보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인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진구청은 지난 7월부터 부산지역 기초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세계약 안심 매니저 서비스를 도입해 3개월 동안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산진구에 위치한 오피스텔 등에서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더 이상의 사기 피해는 막아야 한다며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 내 현직 공인중개사를 전·월세 계약 매니저로 위촉해 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청자는 구청이 연결해 준 매니저에게 보증금 순위 분석 등 전세사기 예방 상담과 임대차 계약서 검토, 계약 현장 동행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산진구청. 부산진구 제공 해당 사업에서 '안심 매니저'로 발 벗고 나선 전문가들은 모두 부산진구 지역에서 오랜 시간 거주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해 잔뼈가 굵은 공인중개사들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부산진구 지회장을 맡고 있는 최지효 공인중개사는 "최근 우리 업종에서도 전세사기라는 잘못된 일에 가담하거나 피해 입히는 데 동조한 일부 사람도 있다"며 "그 부분에서 책임을 느끼기도 하고 자체 정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 사업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중개사는 안심 매니저로 활동하며 제대한 지 며칠 되지 않은 20대 초반 청년부터 전 재산을 전세 보증금으로 넣어야 하는 어르신의 계약까지 도왔다. 그는 임대차 계약을 맡은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이 놓친 근저당까지 찾아내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어 "어르신이 전세 보증금이 전 재산이라 걱정이 컸는데 덕분에 안심하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고 싶다고 하시더라"며 "내 경력과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이용자들과 업계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얻으며 사업은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이에 비해 아직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도입한 후 9월 말까지 3개월간 이용 건수는 16건에 불과했다. 이용자들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었다.
이에 부산진구에서도 높은 실효성에 비해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아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판단해 최근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해당 사업이 다른 지자체에 우수 사례로서 부산 전역에 확장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서비스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도시철도 서면역사와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광고를 시작했고, 직원들이 번화가로 나가 직접 현장 홍보를 하기도 했다"며 "좋은 제도인 만큼 더 많은 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홍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