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공공기관의 외래어 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언어 개선 시 3375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2021년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어려운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한 결과 연간 3375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공용어를 쉬운 언어로 개선할 시 민원서식(약 1952억원), 정책용어(약 753억원), 약관 및 계약서(약 791억원) 등 시간 비용과 정부업무 효율성(약 621억원), 정보습득 표준화(약 542억원) 등 공익적 가치 비용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다수 공공기관에서는 외래어가 남용된 공공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제출받은 '2022년 개선 대상 공공언어 용어'는 2394개이다. 공공기관을 통한 정부와 국민 간 소통에 외래어 남용 등 적절하지 못한 용어가 2천개나 넘게 사용된 것이다.
개선 대상에는 'ESG경영(환경사회투명경영)', '그루밍성범죄(환심형 성범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그린바이오(친환경 생명공학)', '메가프로젝트(초대형 사업)' 등이 포함됐다. 모두 외래어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다.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이금영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에서 외래어를 한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해야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용어가 길어지면 짧고 신속한 설명을 위해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외래어 남용 시 경제적 낭비가 발생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정책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학교 재학생 현대인(26)씨는 "지자체에서 여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던 중 '플로깅(걷기나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 봤다"며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나 정책에 굳이 알아듣기 힘든 외래어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공기관의 문서는 모든 국민들이 명시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외래어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며 "그 용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맥락으로 추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파악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통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과 언론에서 외래어를 남용하면 일반 사람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적 기관이 앞장서서 순화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 의원은 "공공언어에 외국어를 남용한다면 그 불편은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받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고 경제적 손실도 크다"며 "공공기관은 정책 또는 업무를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알기 쉬운 용어를 개발보급하고 정확한 문장을 사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