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국방부검찰단이 최근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군형법상 항명죄 등으로 기소하면서 사실과 크게 다른 혐의를 적시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앞서 국방부가 작성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도 허위사실 유포에 인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검찰은 지난 6일 박 대령의 공소사실을 △기록이첩 보류 명령에 대한 항명 △기록이첩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 △상관명예훼손이라 밝혔다.
주목할 점은 기록이첩 '보류'와 '중단' 명령을 분리한 것이다. 앞서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술했던 4차례의 '구체적·개별적 명령' 가운데 8월 2일 오전의 명령을 '중단' 명령으로 따로 분류했다.
이는 박 대령 측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이번 사건 관련 유일한 명시적 지시는 8월 2일 오전 명령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과 관련 있다.
박 대령이 스스로 인정한 명시적 지시조차 따르지 않았음을 입증해낸다면 항명죄 성립의 결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일 경우 군검찰의 기소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국방부검찰단은 6일 보도자료에서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당장 인계를 멈춰'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미 인계 중입니다. 죄송합니다'는 답변만 한 채 이첩 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전달되게 하여 항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김계환 사령관이 8월 2일 오전 10시 51분쯤 박 대령에게 전화해 이첩(인계) 중단을 명령한 것은 맞지만, 이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박 대령은 옆에 있던 중수대장(중령)에게 사령관의 지시를 즉각 전달했고, 중수대장은 물론 수사지도관(준위)까지 나서 경북경찰청에 출장 간 직원 2명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는 통화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출장 직원들은 이첩 업무 때문에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꾼 상태였고, 정오쯤 이첩이 완료되자 '부재중 통화'들에 회신을 했다. 이들은 김계환 사령관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이미 상황이 끝난 터라 별다른 지시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8월 2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 내용과 일치한다.
이 장관은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최종적인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수사단장이 그때서야 부하들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데 경찰로 이첩 업무 중에 있던 수사관들하고 전화통화가 잘되지 않아 가지고 이첩을 중단하지 못했다라고 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맞습니까"라고 묻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사령관의 이첩 보류 명령에 박 대령이 "죄송합니다"라고 한 것 자체는 당사자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 설명이 빠지면 큰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 연합뉴스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해병대사령관이 전화해서 첫 멘트가 뭐냐 하면 '당장 멈춰'가 아니라 ○○(제1광수대장. 중령)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이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며 "그러자 박 대령은 일단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핸드폰도 안 끊은 상태에서 (부하들에게) '야 빨리 전화해 봐' 이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군검찰의 주장처럼 "죄송합니다" 언급은 박 대령도 항명 행위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부하가 사령관 전화를 안 받은 것에 대신 송구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죄송합니다" 표현 유무는 연장자를 존중하는 한국 사회 문화와 군의 위계질서를 감안할 때 항명의 법적 증거로써 한계가 있다.
본질적 핵심은 8월 2일 이전까지 이첩 '보류'에 대한 명시적 지시가 존재했느냐, 그리고 8월 2일 이첩 '중단' 지시에도 박 대령이 과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지긴 하겠지만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과도 어긋난 내용이 공소장에 실린다면 그 시작부터 불필요한 의혹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