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올해 중학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은 물론 사회·과학 탐구영역도 선택과목 구분 없이 치러진다.
또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내신 성적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교육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입시 제도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우선 내신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고교 내신평가는 1·2·3학년 전 과목에 동일한 평가체제가 적용되고, 내신성적은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과목은 학생의 성취수준에 따른 5등급 절대평가(ABCDE)를 시행하면서,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견제장치로 상대평가(석차등급) 1~5등급을 함께 기재한다. 절대평가는 비교집단 내의 상대적인 서열을 비교하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에서는 1등급은 4% 이내, 2등급은 누적 11% 이내, 3등급은 누적 23% 이내 등으로 나뉘지만, 상대평가 5등급제에서는 1등급 10%, 2등급 누적 34%, 3등급 누적 66%, 4등급 누적 90%, 5등급 누적 100%로 크게 완화된다.
교육부 제공교육부에 따르면,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홍콩 등 해외 주요국은 상대평가 5등급을 시행하고 있다.
어떤 평가 지표를 사용할지는 대학이 결정하게 된다. 절대등급·상대등급 등 다양한 내신정보를 제공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9등급을 5등급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은 지난 2021년 2월에 예고된 대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025년에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하게 될 경우, 고1 내신이 대입에서 더 중요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심화 내용을 배우는 고 2·3학년 내신은 성적 부풀리기로 변별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부분 시행 중인 내신 절대평가 모니터링을 한 결과, A등급 비율이 일반고는 22%, 외고 48%, 과학고 59%, 자사고 33%로 정상 분포 추정시 10%보다 높았다.
특히 현행 제도는 고1 성적이 나쁠 경우, 검정고시를 통한 대입을 위한 자퇴가 늘어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교육부는 지적했다.
수능 국어·수학, 영어처럼 통합형 과목체계로…탐구영역도 선택과목 없이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 내신의 변별력은 떨어지고 결국 수능의 중요성이 커진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 내신의 변별력은 떨어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수능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수능의 중요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밝혔다.
수능은 선택과목간 유불리와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8학년도부터 제2외국어/한문을 제외하고 선택과목 구분 없이 치러진다.
국어와 수학은 영어처럼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으로 평가한다.
교육부 제공국어는 현재 공통과목으로 독서와 문학, 선택과목으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가 있고, 수학은 공통과목으로 수학Ⅰ, 수학Ⅱ,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가 있는데,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과목으로,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과목으로 치러진다.
임성호 대표는 "수능 수학 과목은 사실상 문과 단원으로 단일화해, 수학 상위권 대부분은 이과계열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탐구영역은 사회탐구 영역의 경우 사회·문화, 한국지리, 세계지리 등 9개 과목,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물리학 Ⅰ·Ⅱ, 화학 Ⅰ·Ⅱ, 생명과학 Ⅰ·Ⅱ, 지구과학 Ⅰ·Ⅱ 등 8과목으로 총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택할 수 있다.
사회·과학탐구 영역도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과목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으로 시험을 치른다. 다만 대학이 영역별 수준을 평가할 수 있도록 사회·과학탐구 시험은 과목을 분리해서 치른다.
교육부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과목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실제 수능 성적표에 기재되는 표준점수가 달라져, 점수를 얻기 유리한 특정 과목 쏠림을 유발하고 있다"며 제도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더욱이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025년에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더욱 세분화된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현재의 수능 과목체계에 고교학점제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과목간 유불리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2외국어/한문은 기존처럼 9과목 중 1개를 택하게 된다. 여기에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해 10개 과목 중 1개를 택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이는 국가교육위원회의 몫으로 넘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화수학이 도입될 경우에도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과도한 사교육 유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수학 개념 학습을 장려하는 수준으로 출제할 방침"이라며 "대학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수학과 통합과학 성적만으로도 이공계 적합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심화수학을 필수로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웨이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에서 미적분Ⅱ, 기하가 수능 시험 범위에서 제외될 경우 수학 교사들과 이공계 대학 교수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어·수학·영어는 바뀐 교육과정으로 인해 수능에 미세한 변화가 있을 뿐 큰 변화는 없지만,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현 수능과 출제되는 과목의 특성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다며 내년 하반기에 예시문항을 공개할 방침이다.
수능 영역별 평가방식, 성적제공 방식, EBS 연계율(50% 간접연계) 등은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정시 비율도 대입 안정성을 위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수능 출제·관리 이권 카르텔 근절…출제진 무작위 추첨 결정
교육부는 공정한 수능을 실현하기 위해 수능 출제·관리의 모든 단계에 걸쳐 이권 카르텔 유발 요인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우선 서약서 등 자진신고에 의존해 온 수능 출제·검토 위원들의 자격기준을 강화해 사교육 영리행위자를 원천 배제하고, 무작위 추첨으로 출제진을 최종 결정해 학연·지연 등 이권 카르텔 개입을 막기로 했다. 교육부는 올해 12월에 자격기준 등을 교육부 훈령 등으로 정해 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출제·검토위원의 사교육 영리행위 여부에 대한 허위신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국세청의 협조를 얻어 과세정보를 확인하고, 출제가 끝난 후 5년간 수능·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8 대학입시 제도 개편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 및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올해 안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