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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론·잼버리·낙마…악재 연이은 여가부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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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론·잼버리·낙마…악재 연이은 여가부 앞날은?

    '잼버리 파행' 이어 김행 사퇴…분위기 쇄신 실패한 여가부
    '인선 실패'로 여가부 폐지론 다시 불거지나
    여성계 "정부, 여가부 운영 방향 제대로 제시한 적 없어" 비판
    "적임자 찾지 못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새 수장을 물색하던 여가부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대선 공약으로 '폐지 대상'이라고 못 박았고, 올여름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운영 미숙의 책임으로 불거졌던 '여가부 폐지론'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진짜 문제는 애초 여가부 폐지를 공공연히 거론하는 정부의 총체적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전날(12일) 입장문을 내고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 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되어 죄송하다"고 윤 대통령과 여당에 사과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11일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17.15%p 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정권심판론'이 현실로 드러나 치명상을 입은 정부와 여당이 김 후보자의 임명까지 강행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야권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에 스스로 퇴장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첫 출근하는 날에 여가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여가부를 해체하겠다는 것이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아주 드라마틱(Dramatic)하게 엑시트(Exit)하겠다"며 여가부 폐지론부터 들고 나와 장관 후보자로서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과거 발언이 발굴되고, 김 후보자가 공동 창업한 소셜미디어 위키트리에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제목의 기사들이 다수 올라온 사실도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 나아가 '주식·코인 보유 논란'이 본격적으로 떠올라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겉잡을 수없이 커졌다. 김 후보자가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부임할 당시, 주식 백지신탁 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 배우자의 지분을 시누이 등에게 넘겨 비판을 받았다.
     
    '코인 보유 논란'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가 수차례 "코인에 투자하지도, 코인을 보유한 적도 없다"며 부인했지만, 사퇴 당일까지도 위키트리가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잇' 계정을 운영하기 위해서 공식 TF팀을 가동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논란 속에 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났지만 여가부는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위기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후임 장관 인선이 무산된 여가부는 당분간 김현숙 장관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문제는 김 장관이 이미 수차례 여가부에 악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여가부 장관이던 김 장관은 부임 전부터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조한다는 뜻을 밝혀 여성계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더 나아가 김 장관이 지난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미숙하게 운영하면서 주부 부처인 여가부는 '잼버리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잼버리 파행 사태' 당시 여권을 중심으로 '여가부 무용론'이 재부상했다. 
     
    지난 대선 당시 여가부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가 없음이 이번 잼버리 사태를 통해 또 드러났다. 여가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해야할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론을 다시 끌고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새 여가부 장관 인선에 실패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여가부 폐지'가 다시 떠오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경질된 김 장관이 당분간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부처 내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얻기 어려운 여가부가 자신의 존재 의의를 내세우기는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이처럼 여가부에서 연이어 악재가 터지는 원인으로 여성 정책에 대해 정부의 부족한 '국정 철학'을 꼽았다.
     
    실제로 출범 전부터 윤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선거 전략으로 삼아 이른바 '이대남'의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정작 당선 이후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여가부 폐지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여당 지지층을 의식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려놓지도 못하는 가운데, 여가부는 부처의 운명과 운영 방향이 방향 없이 표류하면서 총체적 난관에 놓여 있다.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상임대표는 "김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서 향후에 여가부 폐지론이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가부에서 연이어 악재가 터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여가부 장관 후보자들이 젠더 의식을 전혀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해 여가부가 문제라고 자꾸 지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여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젠더에 대한 정책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장관이 차후에 추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지명된 순간부터 여가부를 이끌만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에 더해 김건희 여사가 인사 추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김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기도 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후보자의 낙마로 부처의 존치를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이 문제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적절한 사람을 찾지 못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사람들을 여가부 장관 후보로 내세워서 여가부를 쥐고 흔드려는 정부의 계획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정부는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하는 부처인지부터 고민을 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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