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전경. 임실군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 일본 변방 '히라도시'가 일군 고향납세 '기적' ② 일본 히라도 농수산물 답례품 호응 비결 ③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선도 지역, 활성화 전략1 -전북 임실 '임실 치즈'로 기부자 마음 선점 ④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선도 지역, 활성화 전략2 -경북 경주, 경기 가평·의정부를 중심으로 ⑤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안착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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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청 전경. 임실군 제공고향사랑기부제 1위 임실군…100일 만에 3억 1500만 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주재원 확대와 지역소멸 위기 극복 등을 위한 해결책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초기 일각에서는 출향민이 많거나, 유명 관광지 등을 보유한 지역에 기부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눈길을 끄는 성과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나왔다.
제도 시행 후 3개월간 모금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북 임실군'이 3억 1500만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 맞아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황조사에 따르면 모금액 상위 30위 지자체 평균 모금액은 1억 4100만 원이고 월 평균 기부건수는 29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40곳이 조사에 답함)
당시 조사에 참여한 지자체 평균이 약 53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임실군은 이에 무려 6배에 달하는 액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상위 30곳의 평균 기부건수는 296.3건이었지만 임실군은 941건을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출발을 보였다.
초반 성공가도는 '임실N치즈'가 일등공신
임실군청 유투브 캡처강원도에 있는 군 지역과 비슷한 인구 2만 6천여 명의 임실군이 시행 초기 이뤄낸 성과가 궁금했다. 강원CBS 취재진은 전북 임실로 향했다.
'고향사랑기부액 전국 1위'라는 임실군의 성과는 답례품으로 나가고 있는 임실치즈가 '일등공신'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최초로 치즈를 생산한 고장답게 치즈 관련 답례품들이 일단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임실치즈는 전국 농축산물 답례품 중 제주 감귤에 이어 선호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임실군에 기부한 사람의 40% 이상이 치즈 또는 요구르트를 답례품으로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민 군수 역시 "무엇보다 전국적인 브랜드이자, 대한민국 치즈원조인 '임실N치즈' 제품에 대한 답례품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초기 전국 1위 기부액 달성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청 직원 직접 출연한 홍보영상 '친근감' 더해
임실군청 공무원이 직접 출연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영상. 임실군청 유튜브 캡처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각종 이벤트와 테마별 홍보영상(관광편, 치즈편)에 지역주민과 군청 공무원이 직접 출연하는 홍보영상 제작은 친근감을 더했다는 평가와 함께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임실군에 따르면 지난 5월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한 고향사랑기부제 '치즈편' 홍보영상은 조회수는 2만 이상과 100여 개 댓글이 달리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관광편에 이어 시리즈물로 제작된 치즈편 홍보영상은 전문모델이 아닌 임실군 공무원이 직접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치즈편'에 참여한 김승아 주무관(여성청소년과)은 임실군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라는 콘셉트에 맞게 구워 먹는 치즈, 스트링치즈, 요구르트 등 임실군 답례품을 발랄하게 소개하는 연기를 펼쳤다.
공개된 영상에는 호평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군청 SNS에서 마련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차원의 '임실기부' 4행시 짓기 이벤트를 통해 선물도 증정하면서 관심을 높였다.
임실군은 제도 홍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현재 광고매체 외 개별적인 홍보(전화, 서신 등)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집중해 통해 출향인들은 물론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임실군청 SNS는 임실N치즈축제, 임실N펫스타 등 지역 축제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며 임실군과 지역 축제도 알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담당하고 있는 백수진 인구정책팀장은 "타지역에 살고 계신 임실 출신 향우들이 친지, 이웃들과 함께 기부에 적극 앞장서고 테마별 홍보영상도 화제가 되면서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인기 답례품 임실N치즈…어떻게 만들어졌나?
벨기에 출신의 고(故) 지정환(디디에 세르반테스) 신부. 임실치즈테마파트 홈페이지 캡처임실군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는 임실N치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시작은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기를 겪고 있던 1964년 선교를 위해 임실을 찾은 벨기에 출신 고(故) 지정환(디디에 세르반테스) 신부였다.
전주, 부안을 거쳐 1964년 임실군에 자리 잡은 지정환 신부는 굶주림에 시달리던 주민들을 위해 단 두 마리의 산양으로 치즈를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처음에는 산양유를 짜내 팔았지만 판매가 부진해 남은 산양유를 처리하기 위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마을 청년들과 함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1967년 마침내 국내 최초로 치즈 생산에 성공했다. 이어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설립해 치즈 산업의 성장을 이끌며 대한민국 '치즈의 전설'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임실N치즈는 50년 넘게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품질 수준 국내 상위 1%'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임실군에서는 14개 유가공 공장이 50여 낙농가에서 키우는 4천여 두의 젖소에서 나오는 1등급의 신선한 원유를 활용해 친환경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구워먹는 치즈', '스트링 치즈' '모짜렐라 치즈'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국내 치즈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임실엔치즈클러스터 설립…유통·마케팅 전담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군 제공임실군은 지나 2013년 4월 임실치즈식품클러스터 육성사업을 전담하는 (사)임실엔치즈클러스터 사업단을 설립했다. 사업단은 임실N치즈 등 유제품 홍보마케팅과 유통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실군 14개 유가공 업체에서 생산하는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 유통 및 판매에도 앞장서면서 지난해 55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농가에서 생산한 유제품 판로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휴게소 판매장과 치즈카페 등 7개의 직영판매장을 운영하해 임실N치즈 전문 유통조직으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박람회나 행사에도 참여해 판촉 행사를 하는 등 임실N치즈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최근 임실치즈는 도시와 직장인들의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맞춘 대도시 홍보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낙전 임실엔치즈클러스트 사업단장은 "생산자들이 제품을 만들지만 그것을 유통하고 관리하고 홍보하는 것이 좀 어려운 상황이기 대문에 그 중간 역할을 하는 곳이 우리 사업단"이라며 "고향사랑기부제로 인기가 높은 임실N치즈 답례품도 사업단에서 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실치즈&식품연구소에서는 대장균이나 위생 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검사를 실시한 뒤 합격된 제품만 유통시킨다. 이런 역할들까지 우리 지금 사업단에서 하고 있다. 임실N치즈가 답례품으로도 선호되고 있는 만큼 홍보와 판매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차별화된 답례품 발굴 전념…제도 개선도 필요
심민 임실군수. 임실군 제공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의 첫 단추가 비교적 잘 채워진 임실군 앞으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금사업과 특색있고 차별화된 답례품 발굴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관광명소인 옥정호 출렁다리, 임실치즈테마파크, 성수산 등과 연계한 이용권, 체험권 등 소비창출형 답례품 발굴을 통해 생활인구 확대에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의견설화'로 알려진 오수지역에는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조성 중으로 1500만 반려인과 함께 할 반려문화 확산사업을 지정기부사업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기부금의 10만 원까지만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데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기부공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간 500만 원의 기부한도에 대한 확대 필요성도 제시했다.
전북 임실군은 옥정호 출렁다리와 붕어섬을 지난 3월 1일부터 유료화로 전환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임실군 제공무엇보다 제도를 알리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현재 개별적인 홍보활동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풀어야할 과제다. 백수진 인구정책팀장은 "광고매체 외 개별적인 홍보(전화, 서신 등)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홍보를 제한하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심민 군수는 "제도가 안착되면 지방재정을 확중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차별화된 답례품을 비롯해 기부금이 뜻깊게 사용될 수 있도록 기금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등 제도 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강원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