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스라엘군이 오늘 가자지구 북쪽 주민 110만명을 대상으로 남쪽으로 이동하라는 사실상의 소개령을 내렸습니다. 며칠 내에 대규모 작전을 벌일 거라고도 했습니다.
국제팀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었는데, 지상군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거군요?
[기자]
이스라엘군이 오늘 성명을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가자지구 북쪽의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당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남쪽으로 피신하라. 사람을 방패로 활용하고 있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과도 거리를 두라. 지도상에서 볼 때 와디 가자 이남 지역으로 이동하라.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다. 앞으로 며칠 내에 가자시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벌일 거다. 별도로 발표를 하면 가자시티에 돌아올 수 있을 거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조나단 콘리커스 대령)도 오늘 유튜브를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의 의도는 하마스가 더 이상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공격하거나 해하거나 살해할 수 없게 능력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가자지구 안에서 하고 있는 일의 목적입니다."
[기자]
가자지구는 얼마전 설명드렸습니다만, 서울 1/3 면적에 230만명이 거주중입니다. 이 가운데 110만명이 가지시티 인근 북쪽에 거주중이고요. 바로 이 110만명에게 소개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앵커]
유엔에도 비슷한 내용이 전달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똑같은 내용인데, 다만 24시간 내에 떠나라는 시한도 명시돼있습니다. 가자지구 내에 유엔이 활동중이기 때문에 유엔을 통해서도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전달한 것입니다. 가자지구에는 유엔이 의료시설과 학교 등에서 인도주의 활동과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소개령은 유엔 직원과 관계자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됩니다. 유엔은 현재 이들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아침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짐을 싸 들고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공습을 예고하며 이곳에 사는 약 1100만 명에 대해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앵커]
유엔은 소개령에 반대 입장을 밝혔죠?
[기자]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엔은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 없이는 이런 이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이 명령이 확정된 것이라면,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달라."
유엔 당국자는 언론에 "이런건 전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우려 나타냈습니다. 오늘도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을 설득중이지만 별 효과는 없는 거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소개령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직후에 나온 거잖아요?
[기자]
어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는데, 블링큰 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이스라엘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겁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질 수 있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한, 결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을 겁니다."
[기자]
'언제나 곁에 있겠다'는 말처럼 무기를 실은 미군 수송기가 이스라엘에 이미 도착했습니다. 최대 핵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도 가자지구 앞바다에 대기중입니다. 로이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곧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하고요. 지상 작전 전략을 논의할 걸로 보입니다. 어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전쟁법을 지키라고 했는데, 결국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대신 민간인 피해만큼은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소개령은 따라서 미국의 승인하에 발령된 것으로 보면 될 듯합니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면서요?
[기자]
미국에서 이스라엘 비판 목소리 적지 않습니다. 대학가와 인권운동 단체에서 들리고 있는데, 진보성향의 유태인들도 한 목소리 내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들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라는 단체인데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가 활동중인 단체입니다. 이 곳에서는 미국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하는 거는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니 반대해달라는 청원 운동 전개중입니다. 국제적으로도 브라질 룰라 대통령,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비판적 입장 보였습니다. 우니라라 대학가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연대 성명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목소리를 이스라엘은 듣지 않고, 앞으로는 지상전까지 전개하겠다는 건데, 그 전에 이미 상당한 사상자가 나오고 있죠?
[기자]
이스라엘 사망자는 1300명으로 어제에 비해 100명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사망자는 1500명으로 어제보다 300명 늘었습니다. 시신 수습할 냉동 보관소가 없어서 폭염아래 시신들이 거리에 방치돼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하마스 대원도 1500명이 사살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자쪽 희생자가 급증추세인 것은 부상자가 7천명에 육박중인데, 의료 체계가 붕괴돼 사망자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입니다. 특히 하마스의 첫날 기습 공격 이후 일주일간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7일부터 엿새동안 4천톤 가량의 폭탄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6천발이 가자지구에 융단 폭격된 것입니다. 30만명이 집을 잃고 노숙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포 5천발을 쐈다고하는데,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으로 로켓포를 공중에게 요격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물량이라도 피해는 천지차이입니다. 가자지구는 그 동안 이스라엘이 사방으로 봉쇄해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렸는데요 지금은 음식공급도 끊기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 라미 스와일렘(34)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지역에 음식이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이스라엘이 포격중이라 그 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도시인 스데로트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