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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금감원은 홍콩 IB에 왜 발끈했나?

    하락장에 베팅하는 불법 공매도…개미들의 '공공의 적'
    PBS업무 담당하는 글로벌 IB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
    "우리 시장규제 몰랐다? 안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할 듯
    다른 IB와 국내 수탁증권사 상대로 대대적 조사 확대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동안 적발한 불법 공매도는 헤지펀드 등이 주문할 때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단순한 실수, 착오 등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IB가 장기간,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이같은 관행을 이어온 것은 이번에 처음 적발됐다. 1000만명에 이르는 동학 개미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갖는 가장 큰 불신 요소로 지목됐던 것이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였다. 글로벌 IB도 우리나라의 공매도 제도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을 텐데 고의로 이러한 관행을 이어왔다고 본다. 우리 시장규제를 몰랐을까? 아니다. 안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금융감독원 김정태 부원장보)

    금융감독원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여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인 불법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시장에서는 대형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의혹만 제기됐을 뿐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했는데, 금감원 공매도 조사팀이 특정 기간을 설정해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금감원 김정태 부원장보는 브리핑 내내 국내 시장질서 확립과 불법 공매도 세력 척결 의지를 다졌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는 홍콩 소재 2개 회사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매도(매도스왑)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기존 불법 공매도 적발 건 대부분이 헤지펀드의 주문 실수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 PBS업무(Prime Brokerage Service)를 하는 글로벌 IB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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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거두는 투자기법인데,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락장에 불법 공매도를 악용해 '개미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주범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홍콩에 있는 글로벌 IB인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다수의 내부 부서를 운영하면서 필요시 부서 상호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대여)하는 과정에서 대차내역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고, 소유주식을 중복계산해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매매거래 익일(T+1)에 결제수량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원인규명 및 시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후 차입 등의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홍콩에 있는 또다른 글로벌 IB인 B사 역시 2021년 8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 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헤지주문(공매도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 확정하는 방식으로 내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다만 이들 IB들이 악재성 정보를 공개하기 전 불법 공매도로 수익을 극대화 한 것은 아니고, 당시 우리 주식시장에 미쳤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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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단순 헤지펀드나 외국인 투자자가 아닌 PBS업무를 하는 글로벌 IB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다른 글로벌 IB는 물론 주문을 받은 국내 수탁 증권사를 대상으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다른 IB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장 개시 전 보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금감원이 조사 중이다.

    김 부원장보는 기자브리핑에 직접 나서 "글로벌 IB의 행태를 봤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하는 불법 행태 단속을 강화하겠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개선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공매도 조사 대상이 대부분이 헤지펀드의 공매도 주문이었고 엔드 클라이언트들의 주문에는 실수와 착오도 있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글로벌 IB 건은 정말 고의적으로 공매도를 해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보가 "외국인 투자자 서비스를 해주는 글로벌IB가 우리 시장 규제를 몰랐다? 안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언급한 배경에는 향후 불법 공매도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 2개 사에 대해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직전 최대 규모 과징금은 올해 3월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대상 38억7000만원이었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 공매도 조사팀은 올해 들어 9월까지 30명(외국인 21명)의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고 104억9000만원의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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