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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아내 살해 후 사고 위장' 혐의 사건, 법정공방 '치열'

강원

    부사관 '아내 살해 후 사고 위장' 혐의 사건, 법정공방 '치열'

    핵심요약

    재판부 피해자 자녀 등 5명 '증인신문'
    군 수사관 "극단적 선택 흔적 발견 안돼"
    사고 분석관 "피고인 고의 사고 가능성 높아"
    피고·피해자 자녀 "엄마 극단적 선택할 이유 절대 없어"
    다음달 8일 결심공판, 검찰 구형량 '주목'

    지난달 15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이 끝난 뒤 피해자 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구본호 기자지난달 15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이 끝난 뒤 피해자 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구본호 기자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동해 육군 부사관 살인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담당 군 수사관과 교통사고 분석을 맡았던 도로교통공단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혐의 입증에 주력한 반면 피고인 측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금전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부대 동료의 증언에 무게를 싣고 공소 혐의를 부인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직접 증거 부족한 '살인' 혐의 입증이 관건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는 16일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주요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첫 증인으로 선 군 수사관은 "사건 당시 현장 감식을 진행한 결과 피해자인 아내 B(40)씨가 목을 매 극단적 선택을 했을 만한 흔적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증인은 "극단적 선택의 가장 큰 특징은 보조물에 목을 매 사망할 수 있는 끈이나 그 끈을 고정할 물건들을 잡는 흔적 등에서 발견되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없었고 유전자나 미세먼지 등 채증을 통해 감정 의뢰한 결과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감식 종료 후 경찰이 압수해 회수한 물건 중 살해 의심도구로 추정되는 검정색 끈이 있었지만 감정 결과 목을 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도로교통공단 사고 분석 담당관은 당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담당관은 "당시 교통 사고에서 운전자가 정면 옹벽과 충돌을 인지한 상태였다면 브레이크를 밟거나 조향을(핸들을 꺾음)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라며 "간혹 보험사기 위주의 사고가 제동을 급하게 하지 않거나 과속을 해 충돌하는 형태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차량의 경우 완전 제동시 평균 초당 -7.84m로 속도를 줄이는데 A씨가 몰던 차량의 경우 약 7분의 1수준으로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담당관은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날 "아내의 사망 여부를 알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상태가 어떻냐'는 식으로 질문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많이 해 고의성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사고 이후 보험사를 통해 병원 치료비를 약 2~3천만 원 가까이 지급받았다. 만약 단순 사고사로 결론이 났을 경우 A씨가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은 B씨의 사망보험금 2억 원, A씨의 장애 정도를 최대 한도로 봤을 때 1억9000만 원 등 약 4억 원에 달했다.

    "엄마가 극단적 선택할 이유 전혀 없어" 미성년 아들 '호소'

    강원 춘천에 위치한 육군 제3지역군사법원. 구본호 기자강원 춘천에 위치한 육군 제3지역군사법원. 구본호 기자
    군 검찰의 요청에 따라 증인으로 선 피고인과 피해자의 미성년 자녀 C군은 "장난이라도 평소에 '자살'이나 이런건 생각하면 안된다고 진지하게 얘기했었다. 피해자(엄마)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절대 없다. 갑자기 제가 오늘 죽겠다는 것이랑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엄마가 옛날에 IMF때 집이 완전히 망했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생계를 꾸려나가고 아르바이트까지 뛰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버틴 사람인데 이번에 또 힘든 일을 겪었다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평소 금전적 소비가 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평소 절약정신이 강해 옷도 아웃렛이나 일반 옷 같은 것 밖에 안사고 신발도 1년에 한 켤레 살 정도로 아끼는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빈센트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현장 감식 수사관의 증언을 들어보면 당시 사건 현장에서 '자살 흔적'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과학수사를 통해서도 발견되지 않은 흔적이 이 사건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현장이 과실에 의한 사고 보다 고의에 의한 흔적을 발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라며 "의문은 많이 남지만 자녀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구체적인 정황을 기억하고 있고 오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우울증에 불안장애 겪어" 피고인 측 혐의 '부인'

    연합뉴스연합뉴스
    피고인 측은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피해자가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 측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지난 2월 27일까지 병원 진료를 통해 기타 명시된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지난해 4월까지는 '혼합된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C군에게 물었고 C군은 "몰랐다"고 답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살인의 행위 자체가 없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A씨의 부대 동료는 법정에서 "피해자가 헌금을 위해 현금서비스를 했고 교회에 건축헌금을 내기 위해 천 몇백만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했다"며 "피해자의 일방적 요구로 차를 산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배가 '형수가 집과 차를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항상 옳은 것을 많이 후배들에게 알려줬던 선배"라며 "다만 (범행 중 일부는)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들의 재산 문제와 친분 정도, 피고인의 평소 행실 등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사망 후냐 범행 후냐' 검찰 최종 구형량은?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육군 원사 A(47)씨가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아 B씨가 숨졌다. 강원소방본부 제공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육군 원사 A(47)씨가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살인 혐의'에 대한 입증을 두고 양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피고인 측은 이날 재판부에 현장 감식 보고서와 교통사고 분석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를 각각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더하려는 검찰과 달리 피고인 측은 재감정을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관계기관의 분석 결과가 어긋났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이자 결심공판을 오는 11월 8일 제3지역군사법원에서 열기로 하면서 검찰의 구형량은 초미의 관심사다.

    군 검찰은 A씨가 B씨를 살해 후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주장과 B씨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택일적 공소사실' 의견을 주장해오고 있다.

    지난 8월 16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피해자 B(40)씨의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지난 8월 16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 심리로 열린 육군 원사 A(47)씨의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피해자 B(40)씨의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발목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소량의 혈흔 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모포에 감싼 B씨를 차에 태운 뒤 수 차례 사고 지점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확인됐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핀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지목됐고 군은 수사 끝에 A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0년 2월 '군 간부 전세금 대부'계약으로 대출 받은 7천만 원을 상환하지 못해 5차례에 걸쳐 납입고지서와 독촉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누적된 이자는 997만 5천 원에 달했다.

    군 검찰은 범행 전날인 3월 7일 B씨가 자녀들의 학원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자 A씨의 명의의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대출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통장 잔액이 없는 상태를 확인하면서 부부간 다툼이 벌어졌고 이같은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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