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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수' 150만원 vs '분만' 50만원, 의사 늘리면 해결될까?

보건/의료

    '쌍수' 150만원 vs '분만' 50만원, 의사 늘리면 해결될까?

    당정 '의대 정원 최대 年1000명 확대' 추진
    정부 19일에 대책 발표, 의협 또 파업 나설까
    의협 "정원 확대보다 수가 개선이 근본 대책"
    쌍커풀 수술보다 분만·뇌출혈 수술 수가 낮아
    한국 의사 수, 타국 대비 현재·미래 모두 부족
    필수과목, 지역 인센티브 늘려야 근본적 해법
    한번에 천 명 증원? 교육 인프라 부족할 수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정부에서 최대 1,000명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저는 의대 정원 얘기를 하면 응급실 뺑뺑이 돌다가 사망한 환자들이 생각나요.  

    ◆ 조석영> 70대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응급실 뺑뺑이 때문에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라든가, 10대 여학생이 추락했는데 응급실을 돌다가 사망한 경우가 있었고요. 최혜영 의원실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의 119 구급차 재이송 현황을 소방청을 통해 받았는데요. 5년간 31,673건인데 이 중에 31%인 11,684건이 전문의가 없어서, 즉 의사가 없어서 재이송을 했다고 합니다. 소아과로 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이성만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인데요. 18세 미만 소아 환자의 구급대 재이송은 2022년 한 해에 288건이었는데 그중에 전문의가 없어서 재이송한 게 117건입니다.  


    ◆ 신혜림>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 중에 가장 큰 게 결국 '의사가 없어서'라는 건데 소아과는 더 심하다는 거죠.  

    ◆ 조석영> 지역 의료의 붕괴도 심각합니다.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실이 올해 1월부터 주 4일로 단축 운영을 했어요. 응급실 단축 운영이라는 거 상상을 해보셨어요?  

    ◇ 채선아> 응급실이 쉬는 날 아프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 조석영> 이때 속초의료원 전문의 5명 가운데 3명이 잇따라 퇴사를 한 거예요. 그래서 급히 인력 채용 공고를 냈는데 응시자가 없었고 연봉을 4억 원대로 올리고 응시 자격도 넓히면서 겨우겨우 해결하느라 4월까지 주 4일 단축 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응급실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병원 가면 때에 따라서는 30분, 길면 1시간 기다릴 때도 있잖아요. 그렇게 기다려서 진료 몇 분 보냐 하면 5분도 안 됩니다. 1차 의료 의사의 진료 시간이 한국은 4.3분이예요. OECD 국가 평균이 16.4분입니다.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 신혜림> 의사 공급을 국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한 건데요. 의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완전히 직결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의사가 무분별하게 배출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규제를 하는 거고, 18년째 한해에 3,058명으로 유지하고 있죠.  



    ◆ 조석영> 의사는 시장 원리에 의한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인 건데요. OECD 국가 평균, 2021년 기준으로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3.7명입니다. 우리나라는 2.6명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의대 정원이 조금 많은 호주(의대 정원 3,800여 명)은 인구가 우리 절반인 2500만 명이에요. 우리나라랑 인구가 비슷한 영국은 2020년 배출된 의사 수가 8,600명입니다. 우리나라 2배가 넘죠. 게다가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이 1만 5천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보다 의사 수가 많은 독일,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4.5명이거든요. 고령화 때문에 매년 의대생을 5천 명씩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채선아> 다들 늘리는 추세네요.

    ◆ 조석영> KDI나 보건사회연구원 같은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에서 앞으로 의사 많이 부족해질 거라는 전망을 계속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0년 7월에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번 늘리려고 했어요. 당시에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고요. 의대생들이 의사 자격시험을 안 보겠다고 그랬어요. 마침 그때 코로나 한복판이었다보니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사실상 백지화되고 넘어갔습니다. 이걸 윤석열 정부가 지금 다시 추진하는 거죠.  


    ◆ 신혜림> 의사협회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죠.
     
    ◆ 조석영> 의사 정원을 늘려봐야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처럼 이른바 '돈 벌기 좋은 과'로 몰린다는 겁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수도권에 의사가 몰리고요. 그래서 의사협회는 현재 의사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지역 인센티브를 주고 외과나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 진료과목의 수가를 올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채선아> 의대 정원 얘기가 나오면 항상 이 '수가'라는 말이 따라 나오는데 정확히 어떤 건가요?  

    ◆ 신혜림> 환자가 병원에서 진찰을 하든 수술을 받든 시술을 받든 하면 돈을 내잖아요. 그러면 병원은 환자한테도 진료비를 일부 받지만 건강보험에서도 일부 받습니다. 그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이 수가라는 건데요. 수가는 가중치에 환산지수라는 걸 곱해서 산출돼요. 예를 들면 요실금 수술 가중치가 8천 점이고 환산지수가 80원이면 곱해서 수가는 64만 원, 이런 식으로 책정이 되는데요. 이건 정부가 정하는 겁니다.

    ◇ 채선아> 그러니까 수가라는 거는 환자가 직접 내는 돈은 아니고,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돈인 건데, 의협의 주장은 필수 의료의 수가를 높이면 그걸 하려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네요.

    ◆ 조석영> 혹은 필수과목의 의사를 병원이 채용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뜻도 되죠.
    ◇ 채선아> 그런데 이 수가가 지금 필수의료라고 하는 과들에 낮게 책정돼있는 건가요?  


    ◆ 조석영> 비급여항목 중 하나인 성형외과의 쌍커플 수술과 비교해볼게요. 보통 쌍커풀 수술 하는데 30분 걸린다고 합니다. 이게 수가가 150만 원 정도 한다고 해요. 그런데 맹장 수술이 29만 원입니다(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2023년 1월 기준). 산부인과에서 하는 자연분만 수술, 길게는 24시간 대기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급에서 50만원이 채 안됐습니다(2018년 기준).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수술을 해야 하는 뇌출혈 수술, 원래 300만 원 가량인데 상급종합병원에서 하면 수가가 좀 더 올라가요. 그래서 370만원 대라고 합니다(2022년 8월 기준).  

    ◆ 신혜림> 뇌출혈 수술이 쌍커풀 수술 두 배 조금 넘는 거네요.  

    ◆ 조석영> 이러면 누가 산부인과 가고 신경외과 가서 수술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오죠.

    ◇ 채선아> 병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성형외과를 운영하면 하루에도 쌍커풀 수술 몇 번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산부인과나 신경외과는 한참 걸리는 수술을 몇 번이나 해도 그만큼 못 버는 거니까요.

    ◆ 조석영> 그래서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정부도 이거 개선하겠다는 입장은 밝혔고요. 다만 이 수가 관리도 잘해야 하는 게, 2009년-2010년에 흉부외과, 그러니까 심장 수술에 대해 수가를 좀 올렸는데 이 인상분이 인건비로 안 가고 속된 말로 병원이 '먹은' 거예요. 이렇게 되지 않게 관리가 필요하고, 또 심장이나 뇌 같은 경우에는 수술 한 번 하려면 5시간 걸릴 때도 있고 20시간 걸릴 때도 있어요. 이런 시간에 대한 수가 반영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 신혜림> 이 수가 체계 개선이랑 더불어서 지역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 조석영> 우리나라 전국의 의사 수를 보면 OECD 평균과 비교해봤을 때 서울-수도권이나 광역시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에요. 그런데 다른 지자체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지역에 남을 의사들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게 지역소멸 문제와 직결돼있어요. 신장 투석 받아야 하는 환자는 수도권 병원에 다니는 게 거의 강제되다시피 한데 그러면 지역에 살기 어렵겠죠. 그래서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리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의사 입장에서도 경제나 인프라가 잘돼있는 수도권에 살면서 일하고 싶을 거고요.
       
    ◇ 채선아> 그걸 억지로 지역에서만 일하라고 묶어둘 수도 없잖아요.

    ◆ 조석영> 그래서 지역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2020년에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때는 지역에서 의무 복무할 의사를 뽑자는 안이 나왔어요. 예를 들면 10년 정도 강제로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거죠. 문제는 이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즉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나오는 얘기는 자연스럽게 지역에 이미 뿌리 내린 사람들이 그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그 지역 출신을 많이 뽑자는 건데요. 지역 의대의 정원을 늘려주되 그 늘어난 만큼을 지역 인재로 뽑게 하면 그래도 많이 남지 않겠느냐는 거죠.  

    ◇ 채선아> 들어보니까 필수 진료 수가 개선은 꼭 필요한 것 같고 또 지역 인센티브 대책들도 분명 필요해 보이거든요. 다만 의사협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이런 대책들부터 시행하라는 게 정부와 다른 입장인 것 같아요.

    ◆ 조석영> 전체 의사 수는 적지 않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인데요. 제 생각엔 의대 정원 확대와 수가 개선, 지역 인센티브를 다 추진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니 이것저것 대책을 다 해보는 거죠. 지금 윤석열 정부 역시 의대 정원 확대와 수가 개선 등 여러 대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 채선아> 논의가 잘 이뤄져서 의대 정원을 늘리게 되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 조석영> 우려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금 내후년인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1천 명 늘리겠다는 안이 나온 거잖아요. 매년 3천 명씩 뽑다가 갑자기 4천 명 뽑는 건데, 의대 교육은 완전히 도제식이에요. 학생들이 교수님 쫓아다니면서 회진 돌고 수술실 돌면서 배우는 건데, 의대생들 가르칠 교수진과 대학병원의 인프라가 뚝딱 생기는 게 아니죠.
       
    ◆ 신혜림> 의사 한 명 키우는데 정말 많은 인프라가 필요한 거잖아요.  

    ◆ 조석영> 의대에도 그걸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에 맞춰서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몇 년 뒤에는 몇 명까지 늘릴 거니까 준비하세요, 라는 식으로 로드맵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10월 19일, 이번 주 목요일에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는데요. 당장 의협은 파업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020년과는 달리 지금까지 언론 분위기는 좀 우호적이에요. 그리고 국민 여론은 항상 의대 정원 확대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 채선아> 다들 병원 때문에 고생하신 적이 있거든요.  

    ◆ 조석영> '응급실 뺑뺑이'의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고요. 5분짜리 진료를 받고 싶지 않고, 의사가 모자라서 아픈데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과연 19일에 의협에서 요구하는 수가 문제와 지역 인센티브에 대해 어떤 대책이 나오느냐, 또 그에 따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협이 어떤 입장을 내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채선아> 19일에 있을 발표를 기다려보면서, 오늘 여기까지 조석영 PD, 신혜림 PD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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