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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곪아가는 '고인 물'…'화란', 진짜 어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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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곪아가는 '고인 물'…'화란', 진짜 어른에 관하여"

    핵심요약

    영화 '화란' 김창훈 감독 <하> 감독이 꼽은 영화의 순간들

    영화 '화란' 김창훈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김창훈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촬영 현장에서 '컷'을 외치고 '오케이'를 내린다는 행위에는 감독의 판단이 담겨 있다. 그 순간은 베테랑 감독에게도 늘 긴장되는 순간일 테다. 그리고 신중한 컷과 오케이 사인이 만들어 낸 신들이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첫 연출작 '화란'에서 김창훈 감독이 처음으로 컷을 외치고 오케이 내린 장면에서 그 역시 '내가 지금 맞는 오케이를 내린 건가'라는 의문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렇게 한 장면 한 장면 수많은 고민과 질문 속에서 지금의 '화란'을 완성해 갔다. 그런 만큼 매 장면이 소중하고, 그렇기에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온전히 가닿길 바란다.
     
    김 감독은 모든 소중한 장면 속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몇 가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인상적인 기억을 꺼내 놨다. 이와 함께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화란'의 메시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예 홍사빈, 김형서가 반짝인 순간

     
    ▷ 연규를 연기한 홍사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는 게 훨씬 많았다'고 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영화 중반부에 연규가 어떤 일을 겪고 변화하는 부분이 있다. 시나리오상에는 좀 더 과격하고 반항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대놓고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사빈 배우는 오히려 그 남아있는 표현마저도 닫아버리고, 희망과 생기를 잃은 사람처럼 연기하더라. '이렇게 발버둥 쳐봤자 의미가 있을까'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처럼 말이다. 치건처럼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가는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 중 김형서의 계산 없이 몸이 가는 대로 직관을 따라 연기하는 방식이 빛을 발했던 장면도 하나 이야기해 달라.
     
    중국집 앞에서 연규랑 하얀이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있다. 둘의 관계성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순간인데, 형서 배우의 첫 촬영이기도 했다. 그 장면을 찍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불안감이 다 날아갔기에 여전히 뇌리에 박혀 있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오토바이 키를 뽑고 다투다가 키를 던지고 때리고 도망가는 게 끝이었다. 그런데 계속 연기하는데, '이건 끊으면 안 된다' '끝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출자임에도 관객으로서 더 보고 싶게끔 만들었다. 특히 형서 배우는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순간 거기에 살아있는 사람 같다.
     
    ▷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생선'이다. 치건과 연규의 상황, 특히 치건의 경우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서도 언급된다. 두 인물과 그들의 상황을 생선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명안시 자체가 고여 있는 물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고여 있는 물속에 갇힌 존재라 생각했을 때 '생선'이란 이미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물 밖으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는 순간 죽는 존재다 보니 그런 점이 인물들과 맞닿아 있었다. 영화 첫 장면에 고인 물속으로 핏물이 떨어지며 흙탕물이 일고, 물이 더러워지는 게 나온다. 그 장면 자체가 영화 전체를 대변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고인 물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곪아 가는 과정밖에 남지 않았을까.

    영화 '화란' 김창훈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김창훈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창훈의 목표, '화란'의 방향

     
    ▷ 이제 출발선에 서서 한 걸음을 뗀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 영화를 만들어 가는 감독으로서 지켜가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솔직하게 말하면, 상업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상업적인 논리나 공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내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잘 맞아떨어져서 관객의 취향에도 잘 맞으면 좋을 거 같다. 그런 고민을 하는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어떻게 더 재밌게 보여줄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는 거 같다. 관객들이 조금 더 다가올 수 있게, 그러면서도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가면서 이것만큼은 정말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어떤 영화일까?
     
    '화란'을 찍기 직전 쓴 시나리오가 있다. '화란' 후반 작업을 하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탈고했다. 그게 아마 차기작이 되지 않을까. 그 또한 범죄를 다룬 이야기지만, 지금보다는 덜 어둡고 조금 더 관객분들이랑 밀접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 '화란'을 보고 나면 '어른'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영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결국엔 환경이나 주변 어른들이 개인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나이의 경우에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연규보다 한 살 어린 하얀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비단 영화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어른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 어른들에 대한 반발심과 그렇지 않은 어른들의 존재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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