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회장(왼쪽)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3년 전 의대 정원 확대에 총파업을 맞섰던 의료계가 다시금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당장 파업에 돌입하는 대신 정부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하면 3년 전보다 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17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단체들은 정부가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를 위반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하면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그간 의협은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기피분야에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 의료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료진들의 분노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는 강경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집행부 전원 사퇴 각오로 강경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의대정원 확대 규모와 발표를 연기한 만큼 정부와 먼저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공정과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도 충분히 상식적이고 공정하리란 신뢰를 가지고, 정부와 우리가 논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논의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의협은 "의·정협의체에서 결론을 낸 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으로 넘어가는 게 맞다"며 "의대정원 문제는 전문가들끼리,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를 고민하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는 오는 19일 발표하기로 했던 의대 증원 규모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데다 여야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의료계의 총파업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환자단체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의사 정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