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7년간 동남아 북한식당에 다니며 북한 정찰총국 소속인 식당 부사장과 연락하는 등 해외 사이트 차단 임무까지 받은 국내 IT사업가를 붙잡았다.
18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정부·공공기관에 IT프로그램을 납품·유지보수하는 업체 대표 A(52)씨를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년간 미얀마와 라오스에 있는 북한 식당에 매달 출입하며 해외 메신저·국제전화 등을 통해 식당 부사장 B씨와 직접 연락망을 구축하고 해외 사이트 차단 IT 임무 지령 등을 받으며 긴밀하게 통신 연락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식당은 북한 청류관의 해외 분점으로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현재 중국 단동으로 이전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 결과 B씨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이자 청류관의 해외 대표로,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에게 치밀한 보안 유지를 지시하는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A씨에 높은 수준의 지령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제공초기에는 북한식당에 단순 생필품이나 음식 등을 제공하는 수준이었으나, 점점 공연물품부터 공연복, 미국 달러까지 북한식당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북한식당을 홍보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까지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4800달러뿐 아니라 북한식당 운영에 필요한 일렉 기타와 같은 공연물품, 공연복, 피부관리용품, 식자재, 마스크, 의약품 등 총 2070만원 상당의 각종 경제적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미국 달러 일부는 실제로 북한 본국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식당이 단동으로 이전하자 미얀마 정부가 북한(부사장)에 의뢰한 '미얀마 현정부 반대세력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임무를 부사장이 A씨에게 은밀히 지령하는 등 구체적인 IT 임무 논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7년간 소통하면서 식당의 중국 단동 이전 사실, 국가계획(충성자금) 차질 문제, 여성 종업원들 속옷사이즈 등 식당 내부 속사정까지 실시간 공유했던 '경제 공동체' 수준의 관계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꽃다발을 들고 식당에 들어가는 장면 등을 포착했다.
다만 A씨는 북한식당 출입사실과 통신연락·물품제공 등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식당의 여성 종업원과의 애정 관계를 주장하며 혐의 내용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은 A씨가 제공한 물품 중 전문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까지 확인돼 A씨를 약사법 위반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씨에게 마약류를 제공한 지인 B씨(49)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북한식당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일뿐 아니라 공작기관의 거점 장소임을 각별히 유념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