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연 3.5% 수준으로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모든 금통위원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며 매파적 입장도 강조했다.
19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6회 연속 동결이다. 미국(5.25~5.5%)과 상단 기준 금리 차는 2%포인트로 유지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이후 10차례에 걸쳐 총 3%포인트를 빠르게 인상했다. 지난 2월부터 이번 금통위까지 총 6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11월 한번이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열어놔
이날 오전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물가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 5명 중 1명은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1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향후 3개월을 봤을 때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매파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 "제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이번에 안 올릴 것이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가속해서 올리던 상황에서 지금은 올려도 한 번 정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면에서 안정되는 국면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서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할 것 같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4.5%에서 밑으로 볼지 아닐지는 오는 11월 경제성장 전망 때 같이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억제와 관련,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보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다시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해서(돈을 빌려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로 물가 하락 속도 늦어질 것"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물가 전망치가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3.5%, 2.4%)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중동사태로 인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8월 예측했던 것보다는 물가의 하락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느냐가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 총재는 또 "내년 12월이 됐을 때 (물가가) 우리 목표 수준인 2%대에 가 있을 거냐(고 묻는다면),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고 이번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관련, "시장 충격 없이 구조조정 중"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질서 있는 조정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에 대해서는 "금리차 (축소)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