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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6400만원 후원한 기부천사…알고 보니 경찰이었다

대구

    30여년간 6400만원 후원한 기부천사…알고 보니 경찰이었다

    윤흥용씨 제공·황진환 기자 윤흥용씨 제공·황진환 기자 
    조용히 선행을 실천해 온 현직 경찰관의 사연이 32년 만에 알려졌다. 제78주년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성서경찰서 윤흥용 경감(58)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윤흥용 경감은 지난 1991년부터 32년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총 6400만원을 사용했다.

    윤씨는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이 모두 아프셔서 형편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로 생활비와 학업 비용을 벌었다.

    어렵게 대학까지 갔고 경찰관으로 입직했다. 처음 교통경찰로 근무하면서 매달 20만원의 수당을 받게 됐는데, 윤씨는 이 돈을 보람되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신문 기사를 통해 결식 아동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윤씨는 자신의 수당을 모교 결식아동 후원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매달 20만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이 후원금은 장학금으로 바뀌었다. 일명 '윤흥용 장학금'.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교복을 사기 어려운 가정에 지원되고 있다.

    결식아동 돕기로 시작된 윤씨의 기부는 해가 거듭될수록 확대됐다. 지금은 기아, 장애인, 위기청소년, 순직 경찰관 유족 등을 돕는 데 매달 수십만원을 더 내고 있다.

    윤씨는 "몇 년 동안 얼마를 기부했는지 잘 모르고 살다가 이번에 통장을 정리하면서 알게 됐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갈 돈이라고 생각해왔기에 아깝단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많은 아이들이 저처럼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밥 굶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람찼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경찰 공무원 월급에 매달 수십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느냔 질문에 "제가 좀 아끼면 된다.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도 늘 해온 일이라 이해하고 존중해준다"고 답했다. 또 윤씨는 가족들과 함께 수년동안 고아원 봉사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 돈을 모았으면 지금쯤 1억원으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곤하는 동료들도 있다. 윤씨는 그럴 때마다 "적금 1억원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훨씬 더 값어치 있다"고 답하곤 한다.

    윤씨는 "나눔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나누기 쉽고, 가진 것이 없다고 못 나누지 않는다"며 계속 선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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