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제주도의회 본회의 모습. 도의회 제공◇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19일) 106번째 시간에는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얘기를 한다구요?
◆이인> 행정사무감사는 제주도의회가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1년에 한번 실시하는 건데요.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있는 것처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라 하겠습니다. 바로 지금이 행정사무감사 시즌입니다.
◇박혜진> 언제까지 하는 거죠?
◆이인> 제주도의회 제421회 임시회는 지난 10일 개회돼 오는 31일까지 22일간의 회기로 열려는데요. 행정사무감사는 지난 11일 시작됐고 다음주 월요일인 23일까지 이어집니다.
◇박혜진> 행정사무감사가 마무리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땠는지 평가부터 할까요?
◆이인> 제12대 제주도의회는 젊은 의원과 초선들이 많아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슈 파이팅이 없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정의 주요 정책인 행정체제개편과 15분도시, 도심항공교통, 우주산업, 그린수소 등을 지적하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데다 그마저도 재탕, 삼탕의 질문만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박혜진> 새로운 것은 없고 무한 반복만 됐다는 거군요?
◆이인> 오영훈 도정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려면 세밀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서 새로운 내용으로 비판해야 하는데 나온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겁니다. 또 제주도정 전반을 각 상임위별로 디테일하게 점검해 주요 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도정 현안에서도 새로운 쟁점들을 만들어 냈어야 했는데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선 그런 부분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제주도청 전경. 제주도 제공◇박혜진> 그래서 기사화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얘기가 도의회 기자실에서 나온다구요?
◆이인> 도의회 의정활동의 꽃이 행정사무감사인데 기사쓸게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참 심각한데요. 도의회 안팎에선 해당 상임위 현안을 지적하기 보다 다른 상임위 관련 내용을 질의하는 것에도 문제제기를 합니다. 물론 지역 현안이 있다면 상임위와 관계없이 질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 해당 상임위에서도 쟁점들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다른 상임위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이 과연 타당하냐는 겁니다.
◇박혜진> 자신이 속한 상임위 현안부터 제대로 챙기라는 얘기죠?
◆이인> 자신이 속한 상임위 현안을 제대로 공부하고 분석했다면 기사쓸게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는 않겠죠. 일단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 집요하게 추궁하고 쟁점을 만들어 낸 뒤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린다면 열심히 한다는 칭찬을 듣겠지만 자기 분야는 나몰라라고 하면서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린다면 누가 인정하겠냐는 겁니다.
◇박혜진> 일부 상임위는 행정사무감사 시간도 무척 짧다구요?
◆이인> 행정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가 특히 그런데요. 서귀포시를 감사한 한 상임위는 오전에 감사를 끝내기도 했고 오후 4시 이전에 끝내는 상임위도 다반삽니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밤을 새워서 공부했다면 질의 시간 좀 더 달라고 하소연을 할텐데 얼마나 질의할게 없으면 그렇게 빨리 끝낼까 하는 비판이 나옵니다.
◇박혜진> 그래도 눈에 띄는 의원들은 있었죠?
◆이인> 우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동수 제주도의원(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을) 인데요. 한 의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국제학교인 NLCS 제주를 매각하려고 하는데 도유지를 무상 양여한 제주도는 나몰라라한다고 지적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한동수 제주도의원. 도의회 제공◇박혜진> 어떤 내용이죠?
◆이인> 한 의원에 따르면 JDC는 내년 상반기까지 NLCS 제주를 매각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매각 입찰에는 복수의 업체가 응찰해 NLCS 제주의 운영권과 부동산을 모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전 협의에 나서야할 제주도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박혜진> 사전협의 대상인가요?
◆이인> 제주특별법에 무상양여받은 공유재산을 JDC가 매각하거나 분양할 때는 제주도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NLCS 제주는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에 2011년 11월 개교했는데 부지 10만 4000여㎡ 가운데 73%인 7만 6000여㎡는 제주도가 무상 양여한 땅입니다.
◇박혜진> 규정이 이런데도 제주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가요?
◆이인> 한동수 의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구체적인 현황이나 무상양여 도유지 시설 내역 등을 전혀 알지 못했고 관련 내용을 묻자 그제서야 JDC에 자료를 요구하겠다고 반응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이죠. 한 의원은 JDC가 무상으로 받은 땅을 갖고 부동산 잔치를 벌이는데 제주도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따졌습니다.
◇박혜진> 적극 개입해서 도민의 이익을 챙기라는 거죠?
◆이인> 한 의원은 제주도가 소송도 불사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 JDC의 매각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제주도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고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JDC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허문정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의 답변을 이끌어냈습니다.
◇박혜진> 행정체제개편 용역이 부실투성이라는 지적도 했어요?
◆이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용역진이 발표한 행정구역 보고서가 부실투성이라는 건데요. 정치민주성과 경제효과성 두 개 지표의 합이 무조건 10점이 되는 구조라 애초에 평가항목에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구요. 경제효과성의 기준값을 규모경제로만 분석한 것도 문제고 지역형평성 항목에서 인구수와 세수 형평성을 한데 묶어버려 평가가치를 떨어뜨렸다고도 했습니다. 잠시후 시사메거진에서 한동수 의원하고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그때 자세히 물어보시면 될 거같습니다.
한권 제주도의원. 도의회 제공◇박혜진> 한권 제주도의원(민주당, 제주시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도 눈에 띄죠?
◆이인> 한권 의원도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인데요. 한 의원은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에 10억 원의 용역비를 선지급한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올해 1월 한국지방자치학회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2개월 뒤에는 용역비(15억 원)의 70%인 10억 원을 선지급했습니다.
◇박혜진> 용역이 부실투성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거죠?
◆이인> 한권 의원은 제주도가 미리 과다지급하는 바람에 제대로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용역 진행이 엉터리로 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따졌습니다. 한 의원은 공정률을 고려할 때 선지급으로 30%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본다며 만일 과업지시서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을 경우도 고려해서 행정당국이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태민 제주도의원. 도의회 제공◇박혜진>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총체적 운영 부실 문제도 지적됐어요?
◆이인> 농수축경제위원회 고태민 의원(국민의힘, 제주시 애월읍갑)이 지적한건데요. 청년인재 육성과 일자리 정책을 담당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가 민간위탁으로 전환되고 나서는 총체적인 운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참고로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올해부터 한국표준협회로 민간위탁됐습니다.
◇박혜진> 부실 운영의 사례를 살펴보죠?
◆이인> 고 의원은 올해 상반기 모집된 더큰내일센터의 탐나는인재 경쟁률은 2.2대 1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5점 만점에 3.27점으로 역대 최악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혜진> 기업들의 반응도 나빠졌다구요?
◆이인> 지난해 하반기에는 실습과 인턴십으로 기업들이 더큰내일센터에 요청한 경우가 247개 기업, 647명이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41개 기업에 278명으로 급감했다는 겁니다. 또 센터 총원 18명 중 10명이 퇴사하는 등 조직관리 문제도 심각하고 청년 프로그램은 축소되거나 졸속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혜진> 위탁 수수료 문제도 제기됐어요?
◆이인> 고태민 의원은 민간위탁사인 한국표준협회가 경쟁 입찰과정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위탁사업비 64억 원의 3.5%인 2억 2000만 원을 사실상의 위탁 수수료료 신설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정이 민간위탁을 통해 더큰내일센터의 조직 운영을 안정화하고 교육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운영 성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며 철저한 관리감독과 대안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박두화 제주도의원. 도의회 제공◇박혜진> 제주 공공문화체육시설에 장애인을 위한 대피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어요?
◆이인>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박두화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도내 공공문화체육시설의 비상시 대피 요령이 비장애인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승강기가 아닌 계단으로 대피하라고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박혜진> 구체적인 장소도 언급했죠?
◆이인> 박 의원은 제주 공공문화체육시설 39곳 중 장애인 대피 매뉴얼이 있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제주복합체육관과 제주도체육회관, 제주도문예회관, 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 등 대부분에서 장애인 매뉴얼이 없어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장애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어떻게 답변했나요?
◆이인> 박두화 의원은 장애인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는데요.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소방훈련이나 재난훈련을 통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지만 장애인 대피 매뉴얼은 수립되어 있지 않지 않다고 인정한 뒤 지난 2015년부터 장애인 생활 인증제가 도입됐는데 공공문화체육시설 등에서 인증제가 확대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