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호성동과 우아동 일원의 노상. 20m 간격으로 파손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김대한 기자#올해로 일흔에 접어든 권영숙 씨는 매일 같이 전주 동물원길(소리로)을 걷는다. 전주 덕진체련공원 인근에서 비빔국수를 파는 딸을 돕기 위해서다. 전주 호성동 자택에서 동물원까지는 1.5km.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곳 동물원길 뿐이다. 권 씨는 "버스비도 아끼고 운동삼아 매일 걷는데, 길이 불편하다"며 "한 번 크게 엎어져 말도 못하게 아팠다"고 말했다.
"확 자빠져가지고 그냥 죽는 줄 알았어."
19일 오후 맑고 시원한 날씨 속에 '동물원길'로 불리는 전주시 덕진구 소리로를 찾았다.
이곳은 전주동물원과, 전주 덕진체련공원 그리고 한국소리문화전당으로 향하는 유일한 곳으로 전주북초등학교를 기점으로 2km가량 곡선으로 뻗어있는 자전거도로이자 산책로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1시간 동안 이곳을 관찰했다. 생업에 종사할 시간임에도 30여 명의 산책인들이 있다는 점, 이들 중 대부분이 발밑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발밑을 내려다보는 이유. 산책로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소리로 76을 기준으로 좌우 300m만 살펴봐도 깨지고 부서진 도로의 모습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5cm와 7cm, 길게는 12cm 등 다양한 길이로 금이 가 있었고, 볼록하게 솟아오른 5곳 역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도 2곳이 연결되는 접합 부분에는 3cm 이상의 높이 차가 발생해 주의하지 않으면 발 앞꿈치에 걸릴만한 위험한 곳들도 존재했다.
전주시 호성동에 거주하는 A(54)씨는 "집에서 배드민턴장까지 멀지 않아 거의 동물원 길로 밤마다 걸어간다"며 "어둡지는 않지만, 너무 높게 장애물같이 인도가 있어서 앞으로 넘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교통사고 나고 9개월 만에 짝대기(지팡이)를 들고 다시 걷고 있는데, 넘어져 버렸다"며 "다행히 사고 난 곳과 다른 다리여서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강조했다.
전주동물원 드림랜드. 연합뉴스1978년에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동물원 크기 전국 3위 규모로, 동물원과 놀이시설인 '드림랜드'가 함께 위치한 전주의 명소이다.
드림랜드는 올해 초 실시된 정밀안전검사 통해 전면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현재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운영은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지 중단된다.
드림랜드 현대화 사업도 관련 용역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용객들이 향하는 동물원길 정비는 방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원길 전 구간은 약 2.5km로 산책로 모두를 교체하기 위해선 약 7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노후화 현상으로 보수 작업이 필요해 보이지만, 교체할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부의장 이병하 의원(우아1·2동,호성동)은 "해당 구간에 대한 산책로 점검을 통해 주민들의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